2020-08-10 17:18
[일본 수출규제 1년] 한일갈등, 골만 더 깊어졌다
[일본 수출규제 1년] 한일갈등, 골만 더 깊어졌다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7.01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 국가운명을 건 외교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가 강행된지 1년이 지났으나 한일 갈등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일본이 지난해 7월 1일 일방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거듭된 노력에도 일본은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았고, 강제징용·G7(주요 7개국) 포함·WTO 사무총장 문제 등으로 한일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수출규제, 한일 관계 재정립 계기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겠다고 통보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 수입국으로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여겨졌다.

일본은 수출규제의 이유가 강제징용 판결 때문인 것을 숨기지도 않았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한 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일한 청구권협정 위반상태를 방치하는 등 신뢰 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계속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일본은 한국인의 일본 입국을 일방적으로 제한했고, 우리 정부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일본인의 한국 입국을 제한하는 등 양국의 갈등은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면서 대일(對日) 반격에 나섰고, 일본의 압박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한일 관계가 선진 경제 대국과 개발도상국 관계에서 대등한 선진국 관계로 재조정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수출규제 국면 이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K-방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G7 참여 제의 등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 정부는 대외무역법 개정 등 일본이 수출규제 사유로 들었던 부분을 해결하는 등 수출규제 철회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우리 정부는 WTO 제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통상 WTO 재판에는 1~2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장기전을 내다본 셈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취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 조치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취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 조치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한일 갈등 해결 '요원'

문제는 수출규제 1년이 지나면서 한일 갈등 해소는 요원해지고 전선만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의 G7 포함을 사실상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G7의 틀 그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일본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몰염치 수준이 전세계 최상위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양국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한 차기 WTO 사무총장 선거도 일본 정부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수출규제 문제로 WTO에서 일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조직적으로 반대표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G7 합류·WTO 사무총장 선거 등에서 발목을 잡는 것은 일본에게 불리한 요소도 있다. 우선 한국의 G7 가입 반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反中) 전선 형성’ 구상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외에도 호주·인도·러시아도 가입 제의를 했기 때문에 이 세 나라마저도 반대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도 일본이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 출신 경쟁자를 지지하게 되면 아시아나 서유럽 국가의 반대편에 서는 구도를 만들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향후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 기업 자산 압류 재판이 걸려있고,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해 추가 보복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일본 정부가 오히려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반한(反韓) 기조를 주도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최근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일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발목잡기에 대해 “징용공 문제에서 비롯된 일본의 수출규제를 본다면 (양국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며 “일본이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에 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후보가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것에 대해서 일본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할 것인데 그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도 총력을 다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