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준 확대했지만, 다른 나라 대비 여전히 협소
‘확장형 주차장, 전체 주차면적 30% 이상 설치’ 의무화… 대형 SUV는 무용지물
준대형·대형 차량 판매 압도적, 수입차 브랜드도 빅사이즈 도입 움직임

/ 픽사베이
국내 주차장 1면당 면적이 해외 국가와 비교하면 좁은 편에 속해 기준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대형화 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준중형 세단으로 분류되던 차량의 크기가 중형 세단 정도의 크기까지 커졌다. 이와 함께 덩치가 큰 차는 점점 더 사이즈를 키우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빅 사이즈’ 차량을 속속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렇듯 자동차 업계에서는 빠른 속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차량을 세워두는 주차장 면적은 여전히 협소해 수정·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주차단위구획 기준은 2019년 3월부터 소폭 넓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주차단위구획 협소문제에 따른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차단위구획 최소크기 확대를 위한 ‘주차장법 시행규칙’ 개정을 2017년 6월부터 추진했다.

2019년 3월 이전 주차장 면적 기준은 △일반형 가로 폭(너비) 2.3m·세로 폭(길이) 5.0m △확장형 너비 2.5m·길이 5.1m였다. 협소한 주차 면적으로 인해 개문 시 옆 차량을 손상 시키는 일명 ‘문 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토부가 2018년 당시 배포한 ‘문 콕 사고 방지법 시행’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 콕’ 사고 발생 수는 보험청구 기준 △2014년 약 2,200건 △2015년 약 2,600건 △2016년 약 3,400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차장 면적을 소폭 늘렸다. 2019년 3월부터 시행된 주차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주차구역 1면 당 면적은 △일반형 너비 2.5m·길이 5.0m △확장형 너비 2.6m·길이 5.2m 등이다. 이 같은 개정은 차량 제원의 증가(최대 13cm)와 차량 문 1단계 열림 여유폭(30° 기준) 등을 고려해 이뤄졌다. 1990년 정립된 주차면적 기준이 28년 만에 수정된 것이다.

앞서 국민의 불편과 주민들 간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2008년 확장형 주차단위 구획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너비 2.5m △길이 5.1m 기준이 추가됐으나, 확장형의 경우 권고사항에 그칠 뿐 법적 제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효과가 미미했다.

이에 국토부는 2012년부터는 신축 건축물의 주차공간의 30% 이상은 무조건 확장형으로 설치하게 의무화 했다. 이는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문 콕 관련 사고에 대한 보험 청구는 늘어났다. 결국 2017년 일반형의 주차면적을 △너비 2.5m △길이 5.0m로 확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2019년 3월부터 시행에 나선 것이다.

기아자동차 카니발이 뜨거운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기아차
기아자동차 카니발이 큰 덩치와 넓은 실내 공간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기아차

하지만, 국내 주차장 1면당 면적을 국제 기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협소하다. 해외의 주차장 1면당 기준은 △미국 2.7m·5.5m △일본 2.5m·6.0m △유럽 2.5m·5.4m △중국 2.5m·5.3m △호주 2.4m·5.4m 등이다. 이는 모두 일반형 면적 기준이다.

주차장 1면당 너비는 비교적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길이는 여전히 최저 수준이다. 국토부는 주차장 면적 기준을 개정할 때 너비만 확대하고 길이는 수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나마 확장형은 너비와 길이를 각각 0.1m씩 확대했다. 그러나 확장형을 놓고 비교해도 국내는 5.2m에 불과해 다른 나라보다 짧은 수준이다.

이 경우 벽면 쪽 주차공간에 대형차량이 후진주차를 할 경우 트렁크 개폐는 쉽지 않다. 국내 판매 1위 모델인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제원을 살펴보면 △전장(길이) 4,990mm △전폭(너비) 1,875mm 등이다. 너비는 개문 시 각도와 폭 최대치 600mm를 감안하면 2,475mm 수준이지만, 길이는 아슬아슬하다. 벽과 차량의 간격이 단 1cm(10mm)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SUV 판매를 견인하는 팰리세이드도 전장이 4,980mm에 달한다. 이 경우 주차 후 트렁크에서 물건을 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때 월간 판매대수 기준 그랜저를 넘어선 카니발의 경우에는 전장이 5,200mm로 일반형 주차면적을 넘어서 확장형 주자면적에 딱 맞다.

이 외에도 수입차 브랜드에서 출시한 주요 빅 사이즈 차량의 전장을 살펴보면 △쉐보레 트래버스 5,200mm △쉐보레 콜로라도 5,415mm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5,382mm △포드 익스플로러 5,050mm △링컨 에비에이터 5,065mm 등으로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여기에 수입차 브랜드들이 올해 들여올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으로 △쉐보레 타호 △포드 익스페디션·레인저 랩터 △링컨 내비게이터 등은 모두 전장이 5,300mm를 넘어선다. 확장형 주차면적을 넘어서는 사이즈다.

트래버스가 얼마 남지 않은 대배기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쉐보레
수입 SUV 중 쉐보레 트래버스는 전장이 5.2m에 달한다. 콜로라도와 에스컬레이드 등 일부 모델은 이보다 더 긴 차체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 쉐보레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수입 대형차량인 포드 익스플로러와 쉐보레 트래버스·콜로라도 3종의 지난해 누적 판매대수 합은 1만5,456대에 달한다. ‘도로 위의 탱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352대가 판매됐다. 대형 차량의 판매는 활발한 모습이지만 이러한 차량들은 국내 확장형 주차공간에도 제대로 주차할 수가 없는 처지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은 브랜드의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그간 국내에 풀사이즈 SUV 모델을 도입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주차 공간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하더라도 주차 공간이 너무 협소해 불편을 겪을 수 있는 문제로 인해 구매결정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9년에 국내 주차면적 기준을 확대 적용했으나, 길이는 전혀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차면적 폭을 늘린 것처럼 길이도 일반형과 확장형 모두 더 늘린다면 소비자들도 주차문제를 덜 겪을 수 있을 것이며, 자동차 업계의 고충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측은 주차면적 개정과 관련해 일반형은 중형 세단 및 SUV를 기준으로 해 길이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차면적 개정 당시 중형차량 기준 차량 전장을 분석했을 때 5m가 넘는 차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길이는 현행 그대로 5m를 적용하고 폭만 넓혔다”며 “확장형은 너비와 길이를 각각 0.1m씩 늘렸는데, 이는 제네시스나 카니발과 같은 대형 사이즈 차량을 감안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형에서 폭만 넓힐 수밖에 없었던 것은 주차면적을 확대하면 주차면이 줄어들고 이 경우 수용할 수 있는 차량의 수가 줄어들어 주차장 면적을 더 확보하거나 지하를 더 깊게 공사해야 해 비용이 더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주차장 면적 확대와 관련해서는 꾸준히 소비자들의 차량 등록을 면밀히 검토해 5m 이상의 대형차량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이가 나타난다면 논의를 거쳐 다시 개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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