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9 20:30
중고차 업계, 자격제도·성능보증 뜯어고쳐야… 해외는 이렇다
중고차 업계, 자격제도·성능보증 뜯어고쳐야… 해외는 이렇다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1.04.22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매매업 자격,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면 돼… 해외는 시험까지 치는데
중고차 점검제도 및 차량 보증, 국내외 천차만별… 美·獨 중고차도 환불가능
중고차 업계에 대한 제도를 수정·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중고차 업계에 대한 제도를 수정·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중고차 업계는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시장구조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신이 가득하다. 이는 중고차시장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허위·미끼매물과 사고이력 은폐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중고차 시장의 제도를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중고차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측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온라인 교육만을 이수하면 매매사원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은 신규사원 입문교육의 경우 8시간, 기존 매매업 종사자들에 대한 보수 교육은 4시간이 소요된다. 이 외에 별다른 자격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들 중에는 차량에 대해 문외한도 존재한다. 실제로 수원에서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 중인 A씨는 “여기(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일반 소비자들보다 차량에 대한 지식이 얕은 이들도 있다”며 “차량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를 하지 못하고 단순히 성능기록부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차량에 대해 설명을 하는 등 일부 중고차 딜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제도 및 차량 보증 기간에서도 한국은 해외 선진국 대비 규제가 느슨하다. 국내 중고차 점검제도는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다.

중고차 점검제도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매매업자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계약 전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사고 및 침수 유무를 표기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성능·상태 점검기록부가 존재함에도 차량 상태가 불량한 경우가 다수 존재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제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외에도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가 존재하는데 이를 통해서는 사고 이력은 파악이 가능하나 사고 부위나 규모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결국 소비자들은 객관적인 차량상태 및 품질 등에 대해 파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자 지난 2019년 일자리기획단과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중고차시장 제도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만들어 발간하기도 했다.

중고차 구매 시 불법딜러와 허위매물을 구분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해외는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기 위해 시험을 실시하고 통과한 이들에 한해서만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 시사위크DB

해당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경우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 이상의 교육을 이수한 후 시험을 쳐 통과를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2011년 일본 중고차 판매 연합회가 ‘중고차 판매사 제도’를 별도로 마련해 일정 기준 이상에 부합하는 이들에게만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연수 및 시험은 △자동차 구조·사고 차 판별 요령 등 차량 평가 실무가 포함된 차량품질평가 연수 2시간 △중고차 유통 관련 주요 사건 및 현안을 포함한 법령 제도·준법 교육 3시간 △연수 사항에 대한 필기시험 등으로 이뤄져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지난 2015년 3월, 개별 중고차 매매사원이 아닌 ‘중고차 매매상’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도인 ‘적정판매점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적정판매점 제도는 중고차매매상사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9개의 기준을 충족한 매매상사를 인증해주는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매매상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인증 표식을 제공한다.

적정판매점으로 인증받기 위한 주요 내용으로는 △자동차 공정거래협회에 가입한 업체이면서 신청일 기준 최근 5년간 협회 규약을 위반 및 소비자단체의 제재 경력이 없을 것 △협회에서 주관하는 고물관리자(매매상사)강습회 이수 △매매상사 내 자동차 판매사 보유 △중고차판매협회가 실시하는 CS 기초연수수료자 1명 이상 재직 △중고차판매협회가 실시하는 자동차 평가 초급 연수자 혹은 동등경력자 혹은 사정사 자격증 보유자 1인 이상 재직 △법정점검이나 분해정비를 인증공장 혹은 지정공장에서 행할 것 △자동차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하며 소비자 분쟁 발생 시 인증 승인 협회의 지도를 받는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 등이 있다.

일본은 중고차 검사제도에서도 까다로운 기준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일본의 자동차 검사제도는 도로운송차량법 제5장에 총 36개의 자동차검사 관련 법률을 규정하고 있으며 지정 정비공장과 인증정비공장으로 원스톱 검사대행을 하고 있다. 만약 중고차에 대해 부실검사나 검사의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지정 정비공장에 대해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 주를 포함해 일부 주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려는 이들에 대해서 16시간의 교육과 자동차 매매사 자격시험을 실시해 통과하는 이들에 대해서만 자격을 부여한다.

미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중고차에 대해서도 품질 보증 제도인 ‘연방 중고차 매매규제 규칙’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뿐만 중고차에 대해서도 레몬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중고차를 구매한 후 중대결함이나 동일 결함이 일정 횟수 이상 발생하면 중고차라 할지라도 강제로 환불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은 직업교육법에 따라 자동차 판매사 교육제도를 일반 직업교육 기관 혹은 기업체에서 3년간 정규프로그램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딜러들에 대한 소비자 평사 시스템도 도입해 중고차거래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중고차 판매자는 상품의 하자에 대해 2년간 책임을 지는 의무를 갖게 되며, 중고차 매매사업자로부터 중고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중고차 보증 없이도 무상 수리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레몬법과 비슷하게 같은 결함으로 판매자가 지정한 정비소에서 2회 이상 수리했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매자는 계약을 철회할 권리가 있다.

‘중고차시장 제도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방안’ 연구보고서 연구진으로 참여한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허위매물이나 차량 성능조작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중고차 매매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에서 나서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자격에 대해 현재 매매사원증을 모두 환수를 한 뒤 자격증 시험제도나 보수 교육을 통해 통과하는 이들에 한해 중고차 매매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하는 딜러들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