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3 18:38
강제성 없는 ‘자동차 레몬법’, 일부 브랜드 여전히 ‘콧방귀’
강제성 없는 ‘자동차 레몬법’, 일부 브랜드 여전히 ‘콧방귀’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2.05.1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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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승용 브랜드 레몬법 시행 중… 상용차 브랜드 다수 레몬법 미적용
2020년 태영호 의원 ‘레몬법 강제 적용’ 대표발의안, 아직 국회 계류
리스·장기렌터카, 여객·화물 운송사업자도 배제돼 있어… 조속한 조치 必
국내에서 2019년 레몬법이 발효됐으나 여전히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이를 따르지 않고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형 레몬법(개정 자동차관리법 제47조 2항)이 지난 2019년 1월 발효됐으나, 여전히 강제성이 없어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승용 자동차 브랜드(제작사)에서는 한국형 레몬법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차 브랜드와 중국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여전히 레몬법을 적용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 여전히 일부 소비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레몬법은 1975년 미국에서 처음 제정된 소비자 보호법으로, 차량 또는 전자 제품에 결함이 있어 일정 횟수 이상으로 반복해서 하자가 발생하는 등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교환이나 환불 또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한다.

국내에서도 미국 레몬법을 기반으로 2019년 한국형 레몬법을 제정해 자동차 업계에 규제를 가했으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하자 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 보장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 서면계약에 따라 판매된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재로써는 자동차 판매사가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다.

법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못한 탓에 레몬법 시행 이후에도 동참하지 않는 자동차 브랜드가 속출했다. 그나마 여론의 압박에 자동차 업계 다수 브랜드가 한국형 레몬법을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자동차 제조사가 레몬법 시행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를 통해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올해 3월말 기준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규정’을 수락한 제작자는 국산차 5개사와 수입차 13개 한국법인이 포함됐다.

한국형 레몬법을 따르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로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그룹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포르쉐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한국토요타자동차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혼다코리아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캐딜락)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 등 12개 브랜드다. 한국닛산도 레몬법에 동참했었으나 현재는 한국 시장을 떠났으며,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슈퍼카 및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도 레몬법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최근 새롭게 론칭한 폴스타오토모티브코리아도 레몬법을 따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레몬법을 따르지 않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슈퍼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리와 대부분의 상용차 브랜드다. 페라리는 아직까지 레몬법 적용 여부를 두고 검토만 이어오고 있으며, 상용차 브랜드는 차량 특성상 레몬법 적용이 쉽지 않아 시행을 망설이는 모습이다.

한국에 레몬법이 시행된 후 레몬법으로 인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해준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 픽사베이
한국형 레몬법은 강제성이 없어서 여전히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이를 따르지 않고 있지만, 규제가 불가하다. / 픽사베이

국내에서 레몬법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고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상용차 브랜드로는 △타타대우상용차 △만트럭버스코리아 △다임러트럭코리아(벤츠) △이베코그룹코리아 △이스즈코리아 등이 있다. 볼보트럭코리아와 스카니아코리아 측은 레몬법 적용 여부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용차를 구매한 화물 운송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차량에서 중대결함이 발생하더라도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상용차의 경우 일반적인 승용차와 달리 화물을 싣고 주행을 하는 만큼 주행 간 차량에 중대결함이 발생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대형 트럭이나 트랙터와 같은 상용차는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차량 가격도 상당히 높아 중대결함 발생 시 수리비도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결함이 발생하게 되면 화물 운송업에 종사하는 운전사들은 수리기간 동안 차량을 사용하지 못해 생계에도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의 특성상 레몬법 적용이 쉽지 않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트럭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장거리 운행이 많아 서울∼부산 운행을 한다면 편도 500㎞, 왕복하면 하루에만 1,000㎞를 달리게 되는데, 한 달이면 2만㎞ 이상을 주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현행 한국형 레몬법 적용 기준인 ‘신차 구매 후 1년 또는 2만㎞ 이내’를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사실상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상용차는 대체로 레몬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자동차 브랜드인 동풍소콘이나 BYD(비야디)·하이거·스카이웰·황해자동차·북경기차 등 중국산 버스 브랜드도 대부분이 한국형 레몬법을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에서 정한 최소한의 법도 지키지 않고 수익만 챙기기에 급급한 꼴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는 지난 2020년 7월, 이러한 강제성이 없는 한국형 레몬법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고자 강제조항을 신설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안번호 제2102179호)을 대표발의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약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소관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또 현행 한국형 레몬법은 차량을 리스 및 장기렌터카 형태로 계약해 운용하는 소비자나, 2대 이상 사업용 자동차를 소유한 여객 및 화물 운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고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이 역시 소관위에 머물고 있다.

결국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올해 본격 도입된 ‘한국형 레몬법’은 강도 높은 소비자보호 장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국내에서 2019년 레몬법이 시행된 후 결함이 발생한 차량에 대해 자동차 제조 및 판매사에서 레몬법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해준 사례는 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에 따르면 국내에서 그간 신차를 구매한 후 결함으로 인해 레몬법을 적용받아 교환 및 환불이 이뤄진 사례는 단 3건(교환 1, 환불 2)에 불과하다.

소비자주권 측은 지난 3년간(2019년∼2021년)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이하 중재위원회)에 교환·환불 중재신청 접수는 총 1,454건이라고 설명했다. 중재위원회 정보공개 신청 회신(2021.1.19.자)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2019년 79건 △2020년 668건 △2021년 707건의 중재신청이 이뤄졌고, 이 중 △진행 중 176건 △진행 불가로 종료 497건 △종료 781건이다.

중재가 종료된 781건 중 중재위의 판정 건수는 170건이며, 이 중 신차 구입 후 하자 및 결함으로 인한 교환은 단 1건(0.6%), 환불은 2건(1.2%), 화해는 11건(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4건 외 92%에 달하는 156건은 각하·기각 결정이다.

사실상 차량 제조사들이 신차에 대해 레몬법을 적용, 적절한 교환·환불이나 충분한 수리 등을 해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레몬법을 대대적으로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주권 측은 “한국형 레몬법 시행 3년이 넘어가도록 자동차 제조·판매사들은 신차구매 이후 발생하는 하자·결함에 대해 적절한 교환·환불이나 충분한 수리 등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결함으로 교환·환불이 발생하면 자사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경감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렵게 중재요건을 충족해 중재과정에 이르러도 제조·판매사는 소비자들을 회유·설득하는 방식의 교환·환불 보상합의, 추가 수리 등을 해주며 취하를 종용하는 뒷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며 “자동차제조업체들의 결함에 대한 전략적인 은폐가 여전하게 진행되고 있어 레몬법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질타했다.

한편, 중재위원회의 중재 종료 781건 중 판정 170건 외 611건은 중재가 취하된 것이다. 중재 취하의 주요 원인으로는 △제조사들의 자발적인 교환 61건(10%) △환불 86건(14.1) △결함에 대한 추가 수리 9건(1.5%) △손해배상(보상)합의 219건(35.9%) △제조 판매사들의 회유와 설득으로 하자 미재발 인정 또는 취하 이유를 알리지 않은 것이 236건(38.6%)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