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며 선거판세를 뒤집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이재명, 봉하마을서 흐느끼며 노무현 추억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 지난 5일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노무현의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노 전 대통령을 따라한 목소리로 “친애하시는 국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입니다. 참 오랜만에 뵙죠. 코로나 시기에 안부를 묻고 인사하기도 참 힘듭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된다.

이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며 “저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 아내 권양숙 여사님도 저와 닮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고 합니다. 정말 잘 하셨습니다”며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재명입니다”라는 지지 선언을 한다.

고인의 육성을 듣는 듯한 영상에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다음날 오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상은 민주당과 선대위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며 지지자가 제작한 것”이라며 “지적이 있어 영상을 델리민주에서 내렸다. 이와 관련하여 송영길 당 대표는 해당 본부에 경고 조치를 했다”고 하면서 영상을 내렸다.

6일 오후 이 후보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고, 묘소로 다가가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리고 약 10초가량 고개를 숙이고 소리없이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여러분도 기다리시느냐”며 “그러나 그 세상은 우리가 그냥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결국 운명은 여러분을 포함해 우리 국민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 노무현과 동향 강조한 안철수

노무현 향수를 불러일으킨 사람은 이 후보만이 아니다.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저는 부산 범천동에서 자랐고, 범천동 옆 범일동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다. 저는 부산 초량동에 있는 부산고등학교 출신으로 노 대통령이 본인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하셨던 곳”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노무현의 정신은 제 고향의 흙을 먹고 자랐고, 노무현이 사랑한 사람들은 우리 동네 아버님, 어머님, 친구, 형제들이었다”며 “그런 보이지 않는 인연이 있었기에, 노 대통령 취임식 때 여덟 명의 국민대표 중 한 사람으로, 젊은 경제인을 대표해서 제가 초청을 받았던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제가 정치를 한 지난 10년을 생각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만약 그분이 지금 살아 계셨다면 그분이 보시기에 지금의 대선판이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개혁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할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됐다. 도덕성과 비전은 실종되고, 네 편 내 편 가르며 남 탓 공방만 벌이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셨겠느냐”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안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도 국회의원과 후보 시절에는 민주당 정치인이었다”며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지율 하락을 감내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이라크 파병을 추진했다. 과학기술 중심국가가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임을 간파하셨고, 지역주의 청산과 정치 정상화를 위해 선거구제 개편과 대연정을 제안하셨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정치인 노무현에서 정파의 이익이 아닌 전체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진정한 국가 지도자가 된 것”이라며 “노무현이 없는 지금 누군가는 일생을 걸고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상대방의 실수와 반사이익만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진영정치를 타파해야한다. 미약하지만 지금 저 안철수가 걷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가 당선되면 정파는 달라도 능력있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민통합 내각을 만들겠다. 연금개혁과 강성 귀족노조의 특권과 고용세습도 뿌리 뽑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제가 하려는 이런 일에 큰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셨을 것”이라며 “아무리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바보 노무현의 길을 저 안철수는 기억하겠다”고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 지지율 위해 언급 vs 진정성 전달

대선 후보들이 노 전 대통령과 본인의 연결성을 이어가는 데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한상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엽기적인 강령술 정치를 멈추라”며 “그저 경악스럽다. 고인의 목소리를 합성해 선거 캠페인에 쓰다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발상이냐”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애초 비극적으로 서거하신 전직 대통령을 성대모사까지 하면서 선거에 동원하는 것 자체가 우리 당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선거 기획”이라고 지적했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목소리까지 조작해 대선에 이용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역행하고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라고 일갈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자 지지율이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이 후보와 안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돌파책으로 사용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이번에 두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어 진정성을 전달했다는 해석도 있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의 상당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노스텔지어가 있다”며 “지금 같은 네거티브 대선 형국에서 ‘좋았던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과 연결을 한다는 건 아주 전략적 선택”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에서 노 전 대통령 영상을 올린 것에 대해 그는 “지지자는 그런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민주당 유튜브에 해당 영상이 올라간 것은 분명 선을 넘었다. 하지만 봉하마을에 가서 한 연설은 분명 이 후보의 냉정한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번에 영상 사건으로 논란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실 지금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그나마 안 후보가 인연이 있으니 가장 무난하게 언급할 수 있고, 반발이 적을 것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지지율이 낮은 상태로 시작해 대선을 승리했다는 점도 유사성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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