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안 후보의 ′중도 사퇴′를 촉구하는 모습도 보이는 가운데, ′야권 단일화′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도 안 후보 끌어들이기에 적극 나서는 형국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의 시선이 일제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하고 있다. 줄곧 ‘단일화는 없다’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단일화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후보 등록일(13~14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강도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9일 안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을 이어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는) 정치인들끼리 서로 믿는다면 단 10분 만에도 되는 것”이라며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민의힘 일각에선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정권교체의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굳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국민의당이 줄곧 단일화에 대한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 데다,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주된 원인으로 거론됐다. 국민의힘 내에서 ‘자강론’이 대두됐던 것도 이 같은 상황이 배경이 됐다.

그러나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단일화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은 이용호 의원도 같은 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가 필수 불가결은 아니라 하더라도, 굳이 안 후보를 방치함으로 야권 표 분산 등 위험 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13일부터 14일 후보 등록 기간을 단일화의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투표 용지 인쇄 전까지 시간이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니 국민의힘은 지지부진한 단일화 논의 대신 ‘담판’ 형식에 힘을 싣고 있다. 

표면적으론 안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모습이지만, 그 이면에는 안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는 속내도 엿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내에서 노골적으로 안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저희 정보로 판단해서 (안 후보는) 선거를 완주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주를 목표로, 당선을 목표로 하는 후보라면 여기에 상당한 투자 및 비용을 써야 하는데 저희가 파악하기론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엇박자로 정권교체가 실패할 경우를 가정해 안 후보의 ‘책임론’도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재집권을 하면 안 후보 책임론이 불거질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이날 라디오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식은 (안 후보가) 깔끔하게 사퇴하고 지지 선언하기 이 정도일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 민주당도 안철수 모시기 부심

국민의힘이 연일 안 후보를 압박하고 나서자 민주당 역시도 분주한 모습이다.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상당한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오히려 ‘이재명-안철수 연대론’를 꺼내 들며 안 후보를 향한 구애에 나섰다. 

민주당은 ‘공동 정부’를 무기로 안 후보와의 접점을 찾고 있다.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 등과 ‘공동정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물리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서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솔직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단일화’ 가능성도 새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안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고민이야 왜 없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일화 관련돼서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지난 한 달 동안 일들이 진행돼 왔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며 부인하지는 않았다.

여야의 강한 압박과는 달리 안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론에 선을 긋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윤 후보의 단일화 제안과 관련 “그것 자체가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떠한 제안도 받은 적 없다”며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전부 언론상에 떠도는 이야기들밖에 없다. 그런 주장들이 어떻게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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