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지난 10일 발표된 내각 인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인수위원 사퇴가 내각 인선 문제라는 정치권의 해석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잡음이 일고 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맡은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돌연 사퇴한 게 발단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 ‘인선 문제’가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말을 아끼던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12일 인사 과정에 불만을 표하면서 사실상 내각 인선 문제가 논란의 원인이라는 점이 확실해진 모양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오늘부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이 의원은 새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 등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날 메시지에서 그는 명확한 사퇴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갖가지 해석이 난무했다. 당장 ‘안철수의 사람’인 이 의원이 윤석열 당선인의 장관 인선 등을 두고 불만을 품은 게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단일화 과정서 ‘공동 정부’에 뜻을 모았지만 사실상 내각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은 게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해석’으로만 남겨졌던 문제는 안 위원장이 입을 열면서 명확해졌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이) 저한테 먼저 사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수위를 하며 여러 어려움이나 힘든 점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본인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뜻을 저에게 전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초 인수위 내부에서는 내각 인선을 두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협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결과는 이러한 분위기와 달랐다.

발표된 장관 후보자 8명은 모두 윤 당선인과 가까운 인물로 채워졌다. 안 위원장의 ′전문 영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안철수계 인물이 등용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이 역시도 무산됐다. 안 위원장이 이날 “인선 과정에서 제가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 인선 갈등으로 ‘공동 정부’도 휘청?

이렇다 보니 두 사람 간 ‘공동 정부’ 다짐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안 위원장은 “인사는 당선인 몫 아니겠나,  이번에 인선되신 분들이 제가 그리는 새 정부 청사진에 잘 맞게 실행에 옮기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야권 단일화 과정서 약속한 ‘공동 정부’의 의미를 곱씹기도 했다. 그는 “3월 3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공동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인수하고 운영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했다”며 “인수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도 함께 새 정부의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선 문제가 ‘파열음’으로 비치는 모습에 윤 당선인 측도 진화에 나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열음은 무슨 파열음인가, 안 위원장이 계신데”라며 “파열음은 없다. 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사퇴와 관련해서도 “이 의원하고 지난 단일화 과정서부터 인수위 구성, 운영할 때까지 깊은 신뢰를 갖고 대화해 왔다”며 “신뢰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규 선배하고는 믿음을 갖고 신뢰를 갖고 대화를 나눠왔다”며 “취임하고 5년 동안 향후 정부 창출에도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관건은 다음 내각 인선에 안 위원장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될지 여부다. 윤 당선인은 이르면 13일 교육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10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인선이 논란의 불씨가 된 만큼 윤 당선인으로서도 안 위원장의 의중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안 위원장은 이날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중요한 인사기준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도덕성, 개혁 의지가 있고 그걸 이룰만한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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