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분리 개혁(검수완박)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반면 국민의힘과 검찰은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 국민의힘-검찰, 문 대통령 입장 표명 촉구

민주당은 지난 12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등 검찰개혁 입법안과 언론개혁 입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당론이 정해지자 국민의힘, 정의당, 그리고 검찰 모두가 반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께서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실지 주목하고 있다”며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협조는 못할망정 정쟁을 야기하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각성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검수완박 개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일하다. 이 개악은 ‘문재명(문재인+이재명)’ 비리를 덮겠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신속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검수완박의) 수혜자라서 침묵한다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검찰개혁 입법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했다. 지난 13일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설령 법안이 무리하게 처리되더라도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전날(13일)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추진을 비판하며 사의를 표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사직을 알리는 글에서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시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지난 13일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다. 김 총장은 대검찰청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께 정식으로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검찰 수사기능 전편 폐지 법안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총장은 같은날 청와대에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 청와대, 거부권 행사 가능성 낮아

이같이 입장 표명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청와대 역시 난감한 기색이다. 특히 김 총장의 면담 요청에 대한 답변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김 총장은 전날 법무부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만일 청와대가 면담을 거절한다면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돼 정국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반대로 면담을 받아들일 경우,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 

면담을 받아들여도, 받아들이지 않아도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단 김 총장의 면담 요청에 대한 회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가 계속 회신하지 않을 경우 김 총장의 면담을 거절한 것이 되고, 민주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싣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나오게 된다. 

또 청와대는 민주당의 검찰개혁 입법 추진에 대해 최대한 입장 표명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앞서 “국회의 시간”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이 논의되고 있으니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문 대통령 임기 동안 유지해온 태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슈에 대해서는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언급을 피해왔다. 

만일 민주당이 5월 1일 전 검찰개혁 입법을 완료할 경우, 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고심해야 한다. ‘회기 쪼개기’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면 이제는 청와대의 시간이 되는 셈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과거의 사례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존재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한 번도 거부권을 행사한 적 없다. 

게다가 임기 내내 검찰개혁을 강조해온 바 있어, 이에 제동을 걸기도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임기 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현재 국회의 논의가 마무리되길 기다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는 5월 3일에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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