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제2연평해전 고 서후원 중사 부친 서영석씨와 순직 장병 사진 등을 보며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제2연평해전 고 서후원 중사 부친 서영석씨와 순직 장병 사진 등을 보며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6월 8일)

“이십몇년 수감 생활을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 과거 전례에 비춰서 (판단하겠다).” (6월 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하루 만에 달라진 모양새다. 광복절이 두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대통령실은 이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 윤석열 대통령, MB 사면 마음 굳혔나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후보 시절 MB(이 전 대통령) 사면의 필요성을 말했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나’라는 질문에 “이십몇년 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느냐”고 밝혔다. 

이는 전날 출근길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거기에 대해서는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윤핵관’의 의견을 들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이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 발언이 있기에 앞서 권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형평성 차원이나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이 불가피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들의 입장을 들은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견해가 바뀐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제(8일)와 분위기가 달라졌다기 보다는, 어제 답변은 ‘아직 얘기해야 할 때가 아니다’ 이렇게 읽었고, (어제 발언에서) 시점이라는 것도 당장 이달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논의해보자 이런 뜻으로 봤다”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사면을 기정사실화 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또 여러분들이 (대통령에게 사면과 관련해) 여쭤보니 말씀하신 것이고, 갑자기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유력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사면도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이 전 대통령이 관할 검찰청에 형집행정지를 요청하면서 사면 가능성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 사면한다면 광복절 특사? 야당의 반발은?

만일 윤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면 8·15 광복절 특사가 유력하다. 권 원내대표는 “보통 집권 1년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 두달 정도 남은 상황이어서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원회를 소집해 심사를 할 물리적인 시간도 충분하다. 

이 때문에 사면의 폭이 가장 관심을 끌고 있다. 야권이나 재계의 인물들도 사면·복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들은 사면론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며, 남은 복역기간은 약 10개월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가석방됐지만 사면은 받지 못했다. 

우선 윤 대통령이 연일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를 중점으로 한 첨단산업 발전과 인재 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이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지사는 남은 수감 기간이 길지 않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권 원내대표는 김 전 지사의 사면 여부에 대해 “지금 거론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빠르다”면서도 집권 1년차 광복절 특사는 ‘대통합’을 기조로 삼았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의 사면은 단행하되 복권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야당의 반발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과연 국민께서 국민혈세 탕진의 장본인을 사면하는 것에 공감할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인 4월에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거론됐지만, 당시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은 바 있다. 야당과 여론의 부정적인 기류를 김경수·이재용 동반 사면으로 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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