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기선 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기선 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재정 당국의 세수 추계 오류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초과세수 진상규명과 재정개혁추진단 전담팀(TF)'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심지어 기재부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초과세수 TF 1차 회의에서 “아무리 곱씹어도 납득할 수 없고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며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338조 6,000억원으로 예상했다가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343조 4,000억원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396조 6,000억원을 제시해 결국 최초 전망치보다 58조원이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가 당초 제시한 수치와 크게 달라졌다”며 “집안 살림도 이 정도로 예측이 맞지 않으면 엉망이 될 텐데, 세계 경제규모 10위인 대한민국의 재정 전망이 이처럼 엉터리였다니 충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2월 1차 추경 당시 연이은 세수 추계 실패로 인해 조기에 소상공인·취약계층 조기 지원과 완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며 “재정당국의 무능력인지, 재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건지 모르겠으나 대규모 세수 추계 오차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취약계층 지원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 2년 연속 초과세수… 신뢰도 무너져

앞서 정부는 추경안을 제출하면서 올해 초과세수가 53조3,0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본예산(343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5%가 넘는 액수다. 이를 바꿔 말하면 기재부의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세수가 50조 원이 넘는다는 것이고, 국민들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당초 예상보다 61조4,000억원(본예산 대비 21.7%)에 달하는 세금이 더 걷혀 역대 최대치의 초과세수가 걷혔다. 올해도 정부 예상처럼 50조원이 넘는 초과세수가 걷힐 경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큰 문제는 이번 초과 세수가 53조원 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59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짠 점이다. 만약 세수 추계가 또 틀려 53조 규모의 초과 세수가 걷히지 않는다면, 추경 재원이 부족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까지 나온 세수 실적을 기초로 재추계했다. 실현 가능한 추계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큰 오차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1~3조원가량 적게 들어온다면 국채 상황 계획이 일부 변경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추경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민주당 의원들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추경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민주당 의원들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기재부

민주당에서는 기재부가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초과세수를 예측하고 갑자기 추경에 적극 반영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고 3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고, 민주당에서 35조원 규모로 증액하자고 주장했으나 기재부의 반대로 16조9,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데 그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들며 “(여야가 증액에 합의해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완강히 거부했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행정부처 책임자가 여야가 합의해도 수용 안 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발언”이라고 맞서면서 민주당과 재정당국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달 29일 여야는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59조4,000억원보다 2조6,000억원 증액한 역대 최대 규모 추경안을 합의 처리했다. 기재부가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세 수입에 초과 세수 53조3,000억원을 더해 제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불과 세달만에 대규모 초과세수로 사상 최대 추경을 편성하자,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원인을 밝혀서 제도 문제라면 제도를 수습하고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일부러 세수 추계를 엉터리로 했다면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객관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정부가 바뀌면서 구체적인 세수 정보와 태도에 있어서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할 수 있다”며 “세수 추계를 하는 데 있어 방법론상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세수 추계 업무를 관장하는 정부조직이나 거버넌스 쪽 문제가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 살펴볼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기재부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분식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의혹도 있다. 무엇보다 2년 연속 큰 오류가 생긴 것을 바로 잡아야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추진단 단장은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맹성규 의원이 맡았고, 오는 21일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현장 방문을 한 뒤 7월말 8월초에 활동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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