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전투기 훈련 등 안보 상황이 엄중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의 안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최근 한미일 합동 해상훈련이 실시됐다. 한국 해군과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가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문제는 이를 두고 여야가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 ‘한미일 안보협력’ 당위성 강조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북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진다면서 ‘안보’를 주제로 발언했다. 그만큼 현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누누이 강조했지만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아주 견고한 대응체제를 구축해서 잘 대비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전날(10일)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등에 기반한 실질적 확장억제 강화로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은 꾸준히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북한에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협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한미일 합동 해상훈련이 지난 9월 30일부터 실시된 것도 이같은 상황에서 비롯된 셈이다. 한미일 합동 해상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됐다.

이를 두고 여야가 프레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자위대 인정’, ‘한반도 욱일기’를 언급하며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판을 ‘북한 대변인’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의 ‘친북’ 프레임과 야당의 ‘친일’ 프레임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갈등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한반도 욱일기’ 발언이 나오면서 더욱 격화됐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을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반도 욱일기’ 발언은 전날 이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 것인데, “일본군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 우리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한반도 '욱일기' 논란 확대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열고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격렬한 비난을 이어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북한의 도발이 더 과감해지고 국민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 모두가 민주당 정권하에 북한 핵무장 시간을 주고 대응을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극단적인 친일이 아니라 극단적인 친북”이라고 이 대표와 민주당을 직격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미일 합동훈련이 국익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이 대표는 이날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위기를 핑계로 일본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자충수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가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미일 합동 훈련은 냉전체제의 부활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전형적인 식민사관’, ‘천박한 친일 역사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같은당인 유승민 전 의원으로부터도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친일 국방’ 주장을 정쟁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현명한 국민들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에는 “핵 위협 앞에서 어떠한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실이 엄중한데 ‘한반도 욱일기’ 같은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참모진 역시 같은 기조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불이 났다. 그러면 불을 끄기 위해 이웃이 힘을 합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지금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동북아에 직면한 위협인데, 그 위협을 (대응하기) 위해서 이웃 국가와 힘을 합친다는 건 전혀 이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 부대변인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연합훈련을 두고 친일이라는 정치적 용어나 프레임이 끼어들 수 있느냐, 굉장히 의아하다”며 “이미 국민들은 사실관계를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현명한 국민들께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북한의 도발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설득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게다가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설득하려는 자세보다는 정쟁으로 대하고 있다. 이에 여야의 충돌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대 전 의원은 이를 두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왜 국민들 설득할 생각은 안 하고 행동을 먼저 하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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