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대한민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2006년 이래로 처음 탈락했다"며 "'참으로 대한민국 국격이 많이 추락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대한민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2006년 이래로 처음 탈락했다"며 "'참으로 대한민국 국격이 많이 추락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우리나라가 16년만에 탈락했습니다. 아시아 8개국 중 4위에도 들지 못한 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 대신에 어떤 나라가 인권위원회 이사국에 선임됐는지를 보면 ‘참으로 대한민국 국격이 많이 추락했구나’라는 걸 느낄 수가 있다”며 “인권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퇴행적 태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보복, 야당탄압 그리고 공영방송에 대한 억압, 언론자유의 침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또한 ‘윤석열차’ 사건을 지적하며 “고등학생 그림에 대한 제재처럼 표현의 자유 검열 이런 것들이 결국 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Q. 유엔 인권이사회는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나요?

A. 유엔 인권이사회는 인권을 안보 및 개발과 함께 국제사회의 3대 주요 과제로 격상시키고자 하는 유엔 개혁의 일환으로 2006년 설립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설립 때부터 2022년까지 탈락한 적 없는 이사국이었습니다.

이사국은 총 27개국으로 유엔회원국의 과반수 투표로 선출됩니다. 이번 선거에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 중 8개국이 출마했으며 △ 방글라데시(160표) △ 몰디브(154표) △ 베트남(145표) △ 키르기스스탄(126표) 등 4개국이 선출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단 3표차로 낙선해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우리나라는 향후 2년간 유엔 인권 기구에서 국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습니다. 특히 북한인권결의안을 매년 채택하는데, 내년부터 인권이사회 표결에 참여할 수 없게 됐습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인권이사국의 지위는 챙기지 못해 당분간 외교무대에서 부담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선거에서 한국이 아프가니스탄·베네수엘라와 함께 이사국 재선에 실패하는 국가적 수모를 겪었다. 사진은 유엔기.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1일(현지시각)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선거에서 한국이 아프가니스탄·베네수엘라와 함께 이사국 재선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진은 유엔기. /게티이미지코리아

Q. 우리나라의 주요 탈락 원인은 무엇으로 분석되나요?

A. 대표적인 원인은 정부가 이번 선거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국제기구 선거에 전력을 쏟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올해 △ 중점선거 4개 △ 주요선거 6개 △ 일반선거 4개 등 총 14개 국제기구 선거에 대한 지지교섭을 수행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가들 사이 상호·교환 지지를 위한 가용표가 (상반기에) 조기 소진이 됐다”며 “올해 국제기구 선거에 과다 입후보를 해 선택과 집중을 못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패인을 짚었습니다.

국제기구 선거는 유엔 회원국 간에 지지표를 교환하는 외교 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권이사회 이사국,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이사국,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차장 등 4개 중점선거에서 ECOSOC 이사국을 제외하곤 모두 낙선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선거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Q. 국민의힘이 지적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A. 여권에서는 전임 정부에 그 원인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제4정조위원장으로 외교안보 정책 조정 책임을 맡고 있는 신원식 의원은 “‘묻지마 반대’와 ‘내로남불’이 트레이드마크인 더불어민주당은 역시나 이재명 당대표를 필두로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이 원인이라고 들고 일어났다”며 “제 발 저린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 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대북 굴종과 대중 사대의 ‘우물안 개구리 외교’에 매몰되어 북한과 중국(신장)의 인권 유린에 침묵했다”며 “국제사회로 하여금 인권 이사국으로서의 역할과 자세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고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4년 연속 불참했고, 중국 정부의 신장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유엔공동성명에도 3년 연속 불참했다”며 “특히 ‘북한인권법’이 임명하도록 규정한 북한인권대사의 공석 상태를 5년 내내 방치했고, ‘김여정 하명’을 받들어 대북전단금지법이라는 희대의 반인권적, 반언론적 입법을 강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를 21번 외쳤다./뉴시스

Q. 야권이 지적하는 탈락 원인은 무엇인가요?

A. 이재명 당대표의 지적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실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유엔 한국대표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과 외교부장관이 적극적으로 뛰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자회의에서 이 같은 노력이 있었냐”며 국민의힘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김경협 의원 또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진영외교만 강화하고 다자외교가 악화됐다. 한미일 체계만 계속 강화해 한국이 국제외교에서 설 땅이 좁아졌다”고 원인을 돌렸습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 폐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고발, 윤석열차 등을 언급한 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 국가 이미지가 쇠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Q. 대한민국이 다시 국제 사회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A. 꼭 이겨야할 선거에 외교력을 집중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우선순위를 파악해야하는데 외교부가 ‘선택과 집중’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외교부 내 개선의지가 우선 돼야합니다.

현재 정부 여당이 문재인 정부의 과오로 탓을 돌리고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키르기스스탄·베트남 등 한국보다 인권지표가 현저히 낮은 국가가 우리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것을 보면 단순히 우리 정부 인권정책의 문제였다고 결론짓기는 어렵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지적에 “앞으로 선거 출마 수와 중점 선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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