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도박자금에 쓰려고 타이어 수천개를 빼돌린 금호타이어 전직 간부 등이 경찰에 체포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강준혁 기자] ‘산 너머 산’이다. 가뜩이나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 직원이 자신의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제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워크아웃 졸업 3년만에 다시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금호타이어 얘기다. 일부 직원의 이 같은 비위 사실은 안그래도 벼랑 끝에 내몰린 조직 전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5일 금호타이어 전 직원(관리자급) A씨(3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타이어 수천 개를 빼돌려 20여억원을 챙긴 혐의(특경법상 업무상 횡령)다.

경찰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간부였던 A씨는 2011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호타이어에서 생산한 대형 트럭·화물차 전용 타이어 8,900개(26억원 상당)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물류와 유통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물류센터나 타이어 판매점 등으로 운송하는 기사에게 직접 연락해 다른 산단으로 타이어를 납품하도록 시킨 뒤 전산시스템에서 배송 기록을 삭제하는 수법으로 타이어를 빼돌렸다.

A씨는 시세(20만∼38만원)보다 10∼20% 싼 가격에 팔아 21억원을 챙겼다. 그는 인터넷 도박자금을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6년 동안 67차례나 이어졌지만 회사 측은 까맣게 몰랐다. 뒤늦게 자체 감사에서 A씨 비위를 적발한 금호타이어는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금호타이어는 A씨를 지난 9월 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에도 시험용 폐타이어 6,000여개를 몰래 판매해 온 직원 13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는 사실이다. 직원들에 대한 내부감시 체계가 여전히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흐트러진 조직기강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란 지적이다.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위기로 2010년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절차)에 들어갔다가 2014년 12월 졸업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면서 자율협약 형태로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서 사퇴했다.

최근엔 정상적인 급여지급이 어려울 정도로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 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정리해고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 채권단과 시장에 경영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채권단의 지원과 협조를 끌어내야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사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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