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에서 ‘퇴거’와 ‘인도’의 표현 차이는 단순한 문구 문제가 아니다. 청구취지 문장 한 줄이 실제 강제집행의 성패를 갈라놓는다.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3157 판결은 명도소송을 수행하는 임대인에게 문언 정합성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줬다.임대차가 종료되었음에도 임차인이 점유를 계속하면, 임대인은 건물 인도를 구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그러나 소송 단계에서 ‘퇴거’라는 표현으로 청구취지를 작성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현장에서는 ‘퇴거명령’이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
2024 사법연감 민사본안 자료를 보면 2023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건물인도·철거 사건은 3만5,593건으로, 전체 민사본안사건의 12.6%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2014-2023) 명도소송은 4.8% 증가했으며, 최근 5년 평균 3만3,603건이 매년 접수되고 있어 임대차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법도종합법률사무소 명도소송 통계자료집에 의하면 명도소송 사유 중 차임연체가 69.2%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명도소송 420건을 분석한 결과, 차임연체 관련 사유가 283건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 10년 넘게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반죽을 치고 빵을 굽던 김씨는 결국 빈손으로 쫓겨났다. 강남구 한 상권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권리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매달 500만 원 월세를 내며 성실히 살아온 결과였다. 임대차 만료 3개월 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 1억2,000만원에 가게를 넘기려 했지만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내게도 3,000만원 주면 계약해주겠다”고 요구했다. 신규 임차인은 부담을 느끼고 발길을 돌렸고, 김씨의 10년 투자는 물거품이 됐다.이런 일이 지금도 전국 상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권리금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1~5%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승장은 집주인에게 기회지만 세입자에게는 전세금 회수 불안을 키운다. 전세금반환소송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이유다.집값이 우상향하면 전세 제도는 금세 균열을 드러낸다. 매매가가 전세보증금을 추월하는 순간 집주인은 매도 차익을 노리기 위해 세입자에게 만기 이전 퇴거를 압박하거나, 새 임차인을 더 높은 보증금으로 들이려 한다.그러나 거래절벽 속에서 새 임차인은 좀처럼 구해지지 않는다. 퇴거일은 다가오는데 대출 규제까지 겹쳐 유동성은 말라붙고, 전세금 흐름이 멈춘다. 최근 서울중앙
상가나 주택을 비워달라는 통보에도 임차인이 버티면 갈등은 길어진다. 명도소송은 마지막 카드로 꼽히지만, 절차와 전략을 알면 협상과 집행 모두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임대차계약이 해지되면 임차인은 즉시 목적물을 내줘야 한다. 현실에서는 원상복구 공사비, 보증금·권리금 문제로 퇴거가 미뤄진다. 법은 임차인의 점유가 불법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까지 허용한다. 그럼에도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망설이는 이유는 긴 소송기간과 강제집행 비용 때문이다. 특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이 살아있는지, 명도소송 전
부모의 재산을 형제 중 일부만 상속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 ‘부모 뜻’이라며 받아들이려 해도, 뒤늦게 억울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상속 분쟁의 상당수는 상속 순위나 금액이 아닌, 정당한 몫을 받지 못했다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그럴 때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바로 ‘유류분반환소송’이다.상속은 민법상 피상속인의 자유의사에 맡겨지지만, 모든 재산을 특정인에게만 증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법은 일정한 비율의 상속분을 보장하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예컨대 직계비속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이 유류분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유언
월세가 3기 가까이 밀리는 순간부터 임대인은 숨이 막힌다. 따박따박 들어오던 차임이 끊기면 현금 흐름이 급격히 얼어붙고, 공실을 두려워한 참을성이 오히려 손해를 키운다. “어차피 보증금에서 빼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현실에서 곧장 반박된다. 연체가 길어질수록 명도소송절차에 소요되는 시간과 명도소송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빈 점포가 길게 이어질수록 임대료 손실과 관리비 부담이 겹친다. 명도소송이란 결국 임차인을 상대로 점유 회복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이므로, 늦을수록 손해다.그러나 판로는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계약
명도소송이란 말을 들으면 대개 “집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법정을 오가다 보면 ‘주거지’와 ‘상가건물’ 사이에 놓인 분쟁의 양상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두 경우 모두 건물을 비워달라는 요구에 관한 소송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나, 그 명도소송 절차, 비용, 그리고 기간 측면에서 각각의 목적과 관련 법률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사람이 살아가는 주거 공간에 대해서는 (예컨대 월세로 임대한 집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주택 명도소송의 형태로 분쟁이 진행되기도 한다) 계약 갱신이나 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이후 임차인이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거나 계약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명도소송이다. 명도소송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로 점유자를 퇴거시키기 위해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할 수 있다.첫째, 임대차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계속해서 점유를 유지하는 경우,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통해 해당 공간을 되찾을 수 있다.계약이 만료되었음에도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때에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여, 한쪽이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상대방이 악용한 경우 그 법률행위 전체를 무효로 할 수 있도록 한다.이는 단순히 형평에 어긋나는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궁박 상태를 다른 쪽이 ‘악의적으로 이용했는지’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지’를 두루 살펴봐야 한다.법원은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한 뒤, 서로의 사정이나 약정이 이 조항의 “현저히 공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차인이 건물을 원상복구하지 않고 떠나는 경우, 임대인은 과연 보증금에서 복구비용을 마음대로 공제할 수 있을까?이는 부동산 임대차 관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핵심 쟁점이다.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는 점은 일반적인 사실이지만, 실제로 임대인이 복구비용을 자동으로 공제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다52657 판결은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복구비용을 쉽사리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보여주는 대표적 판례다.이 사건의 배경을 살
# 2019년, 서울의 한 세입자 A씨는 어렵게 보증금 2억원과 월세 168만원 조건으로 주택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A씨는 재계약 의사를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이를 해지하려 했다.그러나 집주인은 계약 해지가 갱신된 계약 시작 이후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며 반대했고, 예상치 못한 월세 부담에 A씨는 깊은 혼란에 빠졌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2024년 1월 11일 대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며 임대차 계약 해지 통지의 효력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A씨는 2021년 1월
최근 한 법원의 판결이 아파트 생활에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가합35039). 관리비를 장기간 미납한 세입자에게 아파트 관리단이 주차장 사용을 제한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단순한 금전적 채무 불이행이 아닌, 공동주택 생활의 질서와 권리에 대한 깊은 고찰을 요구한다.이번 사건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세입자인 원고는 2020년부터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았고, 관리단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미납 시 주차장 사용이 제한될 수 있음을 통보했다. 결국 2023년 5월, 관리단은 내용증명을
# 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도 전세금을 받지 못한 상태로 계속 거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야 전세금이 소멸될 수 있다는 소멸시효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래된 문제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전세금을 받을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요?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불안에 떠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소멸시효라는 개념은 낯설지만, 이를 알게 된 순간 걱정은 더욱 커진다. 민법 제162조에 따르면 채권, 즉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채권자가 돌려받을 권리는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이 조항은 전세보증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채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 만료일 2개월이 지나자 집주인이 다른 제3자에게 집을 임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주택 임대차에서 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후 제3자에게 임대된 경우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집주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뒤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은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 요구권을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세입자의 해지 통지 효력이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시작된 후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는 기존의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사건번호 2023다258672)이번 판결의 핵심은 임대차계약 갱신 시작 전에 해지 통지를 보낸 경우, 그 해지 효력이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시작된 후 3개월이 지나야 하는지, 아니면 해지 통지가 도달한 날로부터 3개월 후인지에 대한 논란이었다.주택 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에 따르면, ‘갱신된 임대차 계약에서 세입자가 해지 통지를 하면, 그 통지가 집주인에게 도달한 날로부터 3
# “몇 년 전, 저는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집주인의 재정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집주인이 무자본 갭투자로 수백 채의 빌라를 매입한 상황이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적 대응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과거부터 부동산 투자의 방법으로 인정받아 오던 무자본 갭투자가 과연 전세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무자본 갭투자는 적은 자본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를 전
# “3년 전 전세계약을 맺을 때 집주인의 동의하에 제 사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꽤 큰돈을 들여 한 리모델링이었기에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다른 곳으로 이사 가게 된다면 신규 세입자에게 권리금 주장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흔하지는 않지만, 주택 임대차에서 세입자가 자신의 돈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세입자는 자신이 임차한 부동산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이를 투자 비용으로 인식해 계약 종료 때 이를 회수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결론적으로 주택 임대차에서는 리모델링 비용을 권리금
# “집주인에게 해지 통보를 하고 이사를 준비하던 중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사망한 집주인의 상속인조차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계약 종료일은 다가오는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입니다.”주택 임대차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집주인이 사망한다면 그의 상속인에게 권리와 의무가 승계된다. 다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당장 집주인의 상속인들이 누군지 조차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만약 집주인의 사망 후 상속인 파악이 어렵다면 계약 종료일에 맞춰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 “명도소송이 제기된 후에도 세입자가 임대료를 계속 연체한 채 나가지도 않아 괘씸한 마음에 건물 사용을 제한했습니다. 문제는 세입자가 영업을 방해했다며 저를 형사고소 했다는 겁니다. 잘못을 저지른 세입자가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황당하기만 합니다”명도소송 중 건물주의 섣부른 판단으로 오히려 세입자에게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임대차 관계에서 명도소송이 제기되는 상황은 대부분 건물주에게 경제적, 심리적 피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탓에 위법을 저지른 세입자를 못마땅하게 여긴 건물주가 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감정적 판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