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실을 예상하고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게 할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니면, 인적 과실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게 만들 수도 있다.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시 싱어의 책 ‘사고는 없다’의 일부다. 쿠팡 새벽배송 금지 논의가 공회전하는 요즘, 기자에게 이 문구가 와닿았다. 지난 10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협력업체 소속 택배 노동자 오승용 씨가 심야 배송 업무 중 전신주를 들이받고 숨졌다. 오씨는 사고 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고정 야간노동을 한
“기자님은 멸종위기종이 매운탕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지난 7일 경상북도 영양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다. 그때 기자는 ‘꼬치동자개’라 불리는 한국 토종 민물고기 방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 터였다. 멸종위기종이 매운탕거리가 되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멸종위기종 1급인 꼬치동자개는 과거 국내 하천에 흔한 물고기였으나, 1990년대 이후 교량·하천공사, 주변 개간에 의한 수질 악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때문에 국립생태원에서는 꼬치
얼마 전 지인과 대화 도중 “아이 셋이면 버스전용차로 쓸 수 있게 한다던데,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기자는 “아닙니다”라고 답했다.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아이 셋 이상 다자녀 가구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이미 시행 중인 것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그럴 만하다. 워낙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니 말이다.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다자녀 가구에 대
올해 가을은 꽤 우울하고 쓸쓸했네. 사계절 중 가장 짧은 계절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지. 지난 몇 년 동안 제천 청풍호 주변 언덕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몸과 마음을 달랬어. 매년 예닐곱 번 가서 고향처럼 정이 든 곳이야. 그곳에 가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편해지는 걸 느껴. 언덕에 서서 아름다운 주위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 생각나네.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노인이 되면 하루 앞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혼자 자주 했던 질문이야. 올해는 늦은 봄부터 허리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김정은-트럼프 회동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10월 말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도 높은 ‘러브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끝내 답을 보내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사실 김정은-트럼프 회동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조짐은 적지 않았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건 물론이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잇달아 방문하는 일정에 나서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북미 정상회담
코스피지수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한 끝에, 지난 3일 사상 최초로 4,200선까지 돌파한 뒤, 이틀간 단기 급락세를 보였다. 5일 급락장에는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7개월 만에 발동되기도 했다.6일 하락세를 딛고 반등했던 코스피는 다음날 내림세로 다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7일 개장과 동시에 4,000선을 내준 뒤 약세를 이어갔다. 장중엔 3,9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1% 하락한 3,953.76에 장을 마쳤다.지난 밤 뉴
얼마 전, 유튜브에서 뉴스를 볼 때였다. 중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제조사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무단 분해했다 재조립에 실패, ASML 측에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는 영상을 보게 됐다. 영상 댓글창에는 ‘역시 중국 기술이 그럼 그렇지’, ‘조립도 못하네. 한심하다’ 등 누리꾼들의 비웃음이 이어졌다.기자 역시 잠시 머릿속에 ‘그걸 왜 뜯어보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반도체 연구원 지인 중 한 명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에게 이유를 물어보자 ‘중국이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까지 장악하려는 것
명도소송에서 ‘퇴거’와 ‘인도’의 표현 차이는 단순한 문구 문제가 아니다. 청구취지 문장 한 줄이 실제 강제집행의 성패를 갈라놓는다.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3157 판결은 명도소송을 수행하는 임대인에게 문언 정합성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줬다.임대차가 종료되었음에도 임차인이 점유를 계속하면, 임대인은 건물 인도를 구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그러나 소송 단계에서 ‘퇴거’라는 표현으로 청구취지를 작성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현장에서는 ‘퇴거명령’이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
테슬라코리아가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자사 전기차 배터리 충전 결함인 ‘BMS_a079’ 문제와 관련해 지난 30일 “고객 불편을 신속히 해소하고, 한국 전기차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근본적인 조치는 쏙 뺀 채 ‘배터리 보증기간 연장’이라는 땜질 처방만 하고 나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테슬라 차량에서 ‘BMS_a079’ 코드가 표시되는 증상은 시스템에서 갑자기 고전압 배터리 충전량을 20∼30% 수준으로 제한하
척추관협착증과 척추디스크 치료에는 물속에서 걷는 게 도움이 된다고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동네 초등학교 수영장에 다니고 있네. 처음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나보다 젊은 여성들이 많은 물속에 들어가는 게 부끄럽고 쑥스러웠어. 나를 빼곤 모든 사람이 아주 멋진 자세로 수영하는 걸 보고 기가 좀 꺾이기도 했지. 그래도 나는 수영을 즐기려고 온 게 아니라 허리 병 치료를 위해 온 것이라고 스스로 달래면서 즐겁게 잘 적응하고 있네. 지금은 물속에서 매우 씩씩하게 잘 놀고 있어.물속에 있는 50분 동안 주로 걷네. 그러다가 심심하면 어렸을 때처
지난 7월, 검찰이 발표한 용인 지역주택조합 비리 사건 수사 결과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전 지역주택조합 조합장과 시공사, 상가분양대행사, 공사업체, 그리고 국회의원과 시장까지 얽혀 ‘검은 돈’을 주고받고 각자의 욕심을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비리 종합세트’였다.이 사건엔 서희건설도 시공사로 등장한다. 송하민 부사장이 조합장에게 뒷돈을 주고 공사비를 필요 이상 증액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하민 부사장은 총 13억7,500만원을 조합장에게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가로 142억
게임이용장애 도입 여부는 게임업계 최대 현안이다. 문화산업으로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게임업계와, 장기간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려는 의학계의 대립이 이어지는 중이다.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게임은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중추”이고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다”고 말하며 인식 전환에 힘을 실었다. 게임 관계 협회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게임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간 이견을 정리
지난달 취업자 수가 31만명 이상 늘었다. 19개월 만에 최대 증가세를 보였지만 채용시장에는 여전히 온기가 감돌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5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1만2,000명 늘어난 규모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7%로 전년 대비 0.4%p(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실업률은 2.1%로 전년과 동일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2024년 2월(32만9,000명) 이후 1년7개월 만에
어디선가 읽었던 “아프기 전과 후의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기억나는군. 그땐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지. 하지만 꽤 오랫동안 고약한 ‘허리병’(허리디스크 탈출,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으로 고생하고 나니 이젠 좀 알 것 같네. 제대로 서지도, 눕지도, 걷지도, 앉지도 못하면서 아프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나 역시 노인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되었거든. 그래서 이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이웃 노인들의 행동을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진짜 노인이 된 거야.“이번에 이렇게 아프고 보니까
2024 사법연감 민사본안 자료를 보면 2023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건물인도·철거 사건은 3만5,593건으로, 전체 민사본안사건의 12.6%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2014-2023) 명도소송은 4.8% 증가했으며, 최근 5년 평균 3만3,603건이 매년 접수되고 있어 임대차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법도종합법률사무소 명도소송 통계자료집에 의하면 명도소송 사유 중 차임연체가 69.2%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명도소송 420건을 분석한 결과, 차임연체 관련 사유가 283건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지난 두 달 동안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하면서 집 밖으로 멀리 나갈 수가 없었다는 말은 이미 몇 번 했지. 집안에서도 가파른 계단이 있는 옥상에는 올라가기 힘들어서 마당에서 조심조심 걸음마를 막 시작하는 아이처럼, 걷는 시간이 많았네. 다행히 마당 한쪽 그늘진 곳에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옥잠화 화분이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았어. 플라스틱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손바닥만 한 초록색 잎으로 몸을 가린 옥잠화랑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았네. 폭염이 계속될 때는 아침저녁으로 물을 흠뻑 주기도 했어.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인 소
“남극 빙하는 정말 멋집니다. 펭귄도 귀여워요.” 올해 남극 현장 취재를 다녀온 후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남극의 상징인 ‘빙하’와 ‘펭귄’에 대해 사람들의 흥미가 높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보도도 자주 나오니 그 관심도 더욱 높을 듯했다.하지만 남극의 빙하가 ‘어떻게 녹고 있는지’, 이로 인해 ‘어떤 피해’가 우리에게 다가오는지에 대해 직접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 또 펭귄들은 기후변화가 닥친 남극 환경에서 어떤 곤경에 쳐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지는 않았다.물론
SKT에 이어 KT는 무단 소액결제 사태, LG유플러스 서버 관리 기업 시큐어키 침해사고가 발생하며 국내 통신 가입자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SKT 유심 해킹에 불안을 느낀 사람들은 KT와 LG유플러스로 대거 이탈했지만 이들 통신사도 해킹 이슈를 겪었다.4월 SKT 유심 정보 해킹 사태 이후 5월 KT는 19만6,685명의 SKT 가입자를 확보했다. SKT 위약금 면제 발표가 있던 7월은 LG유플러스가 SKT 가입자 14만2,125명을 확보했다.KT에 따르면 10일 기준 278건, 1억7,000만원의 무단
5개월 가까이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하는 동안 김훈 작가의 『허송세월』에서 읽었던 한 구절을 떠올리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 많았네. “의사가 또 말하기를, 늙은이의 병증은 자연적 노화현상과 구분되지 않아서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늙은이의 병은 본래 스스로 그러한 것이어서 딱히 병이라고 할 것도 없고 병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다는 말이었는데, 듣기에 편안했다. 늙음은 병듦을 포함하는 종합적 생명현상이다.” 옳은 말 아닌가. 늙은이의 병은 쉽게 낫지 않는 것 같네. 좋아지다가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하지. 그래서 좀 좋아졌다고
북러 밀착의 열기가 좀체 식지 않을 기세다. 중국 ‘전승절(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 80주년 행사가 열린 지난 9월 3일 베이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자 정상회담을 한 건 그 강력한 징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개국 정상급 인사를 불러 야심찬 잔칫상을 펼쳤는데, 북한과 러시아가 거기에 좌판을 깔고 앉아 선수를 친 셈이다.물론 북중러 정상은 텐안먼(天安門) 망루의 VIP 관람석에 나란히 자리했다.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좌(左) 정은, 우(右) 푸틴’의 모양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