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범 전 국방홍보원장.

2017년 12월 현재 국회의원에게는 매월 ▲보수 1,149만6,820원 ▲자동차 기름 값 110만원 ▲차량유지비 35만8,000원 등이 지급된다. 연봉으로 치면 수당과 상여금 1억3,796만원, 의정활동 지원비 9,251만원 등 2억3,048만원을 받는다.
 
또 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 ▲계약직 인턴 2명 등 총 9명을 둘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들의 보수를 2.6% 올리면서 의원실의 인턴 2명 대신 8급 비서 1명을 채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

보좌인력 9명에 지급되는 연간급여 4억4,021만원과 의원 개인의 연봉 2억3,048만원을 합치면 결국 의원 1명에게 들어가는 국고지원 총비용은 연 6억7,069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새로 늘어난 8급 비서 1명의 인건비를 더하면 7억원 가량이 세금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받는 월급은 수치상으로 미국(1,582만원)·일본(1,255만원) 보다는 낮고, 영국(912만원)·프랑스(914만원) 보다는 높다. 한국 국회의원의 보수수준을 1인당 GDP로 환산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라는 게 정설이다.

국회의원들의 보수는 지금도 보안 아닌 보안사항으로, 일반인은 물론 국회출입 기자들에게도 공개를 꺼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구글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의원과 보좌관들의 인적사항·연봉 등이 소상히 나와 있다. 누구나 검색해 볼 수 있고, 이는 국민의 권리에 해당한다.
 
지난달 27일, 한 일간지 기자가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라는 소책자 중 ‘국회의원 수당 및 의정활동 지원 경비’ 부분을 스마트 폰 카메라로 찍으려다가 사무실 직원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웃지 못 할 기사도 있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의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시설물이 많다. 345평 넓이의 의원건강관리실에는 헬스장‧수면실‧욕실‧미용실 등이 완비돼 있고, 전용 주차장은 물론 도서관 5층과 의원회관 2층에는 의원열람실도 따로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자주 의원열람실을 이용하는지는 출입기자들도 알지 못한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보수와 보좌진을 국비로 지원받고 있다. 또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고, 회기 중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 동의 없이는 체포·구금되지 않을 권리 등 일반 시민과는 다른 특권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국회의원들은 일반 시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의 명령에 불응했다가 현장에서 수갑이 채워지는가(미국) 하면, 국회의원이 ‘3D직업’ 중 하나(스웨덴)로 인식되기도 한다. 스웨덴에서는 의원 2명 당 공용비서 1명이 배정되는데, 의원이 직접 전화도 받고 업무일정도 짜며 관용차량은 지급되지 않는다.
 
스위스 연방의원들도 관용차량이나 보좌관을 지원받지 않는다. 자전거나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의회제도의 원조 격인 영국조차도 하원의원의 경우 차량과 운전기사가 별도로 국비 지원되지 않는다. 그나마 상원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회의 참석일수에 따라 수당을 받을 뿐이다. 프랑스 하원의원은 경고나 견책 같은 징계 처분을 받으면 즉시 수당이 깎이고, 독일연방 의원 역시 본회의에 불참하면 약 13만원(100유로) 정도의 의정활동 지원비가 삭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회는 효율성과 국민 신뢰도 면에서 부끄러운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각국의 제도·산업·인적자원 경쟁력을 분석한 ‘국제정보통신보고서2016’에 따르면, ‘입법기구 효율성’에서 한국은 139개 나라 가운데 99위로 나왔다. 세계 경영인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입법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물어 본 결과였다.
 
또 WEF가 올해 펴낸 ‘국제경쟁력지수 2017~2018’보고서의 ‘정치인 신뢰’ 항목에선 137개국 중 90위였다. 순위는 ‘정치인들의 윤리기준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각국 경영인의 응답결과로 정해졌다.

이번에 8급 국회의원 비서 1명을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킬 때 28명이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최소한 체면유지는 됐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것도 3선 이상 중진들이 “국민이 용납할 상황 아니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민정서 납득 어렵고 명분도 없다”(김영우, 자유한국당), “공무원 증원 반대하면서 8급을 신설하면 모순”(유승민, 바른정당)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이번 국회에서 국회의원 월급 인상과 보좌진 1명 증원에 관한 법안통과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됐다. 여·야간 다툼도 없었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시절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는 이를 검찰로 다시 넘겨 버렸다. 최경환 의원에 대한 구속은 열흘이상 미뤄졌고, 방탄국회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지금의 제20대 국회는 2016년 개원 당시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구성, 3개월에 걸친 활동을 통해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바 있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의무화해 불체포 특권을 사실상 철폐하고 ▲입법·특수활동비 등을 수당에 통합해 월급을 15% 정도 줄이며 ▲국정감사 증인•자료요구를 개선한다는 등의 ‘특권개혁안’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신들이 급여를 15% 낮추고 불체포 특권을 없애겠다는 1년 전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사람들은 과연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가? 새로운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해 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뒤집는 사람들에게 국민은 다음 선거에 또다시 표를 찍어 주었다. 그들에게 나쁜 버릇을 길러 준  책임은 결국 유권자들 몫이 아닐 수 없다.

4~5년마다 되풀이 되는 각종 선거에서 가장 재미를 보는 사람은 바로 국민의 표를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다. 이제 그들의 도덕불감증이나 무능을 탓하자니 입에 단 내가 날 지경이다. 그들에게 표를 몰아 준 어리석은 유권자들이 깨어나지 않는 한 이런 한심한 풍토는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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