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식품의 캔커피 '이츠바바'(아래)가 일본 선토리사의 커피 브랜드 '보스 커피'의 BI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웅진식품이 일본의 국민 캔커피라 일컬어지는 ‘보스 커피’의 BI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웅진식품은 “해당 브랜드를 참고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지만, BI 속 중년 남성의 모습이 흡사해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헤어‧눈‧콧수염’ 빼다 박은 중년 남성의 얼굴

표절 의혹에 휩싸인 제품은 웅진식품의 ‘이츠바바’(it's BaBa) 커피다. 2014년 웅진식품은 기존 커피브랜드인 ‘바바’(BaBa)와는 별도로 국내에서 확대되는 RTD커피(즉석커피) 시장을 겨냥해 이츠바바라는 새 브랜드를 런칭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RTD커피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새롭게 탄생한 브랜드인 만큼 이츠바바는 기존 바바와 컨셉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탈리아 삼색 국기를 그려 넣은 바바가 유럽 스타일 커피의 이미지를 강조한 반면, 이츠바바는 특정 대륙이나 국가를 염두하지 않았다.

대신 특정 연령과 성별을 타깃으로 삼았다. ‘Take a break, Man!’이라는 제품 슬로건이 보여주듯 직장 남성을 겨냥했다. 나른해지기 쉬운 오후 이츠바바 한 캔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는 게 당시 회사 관계자가 밝힌 이츠바바의 출시 배경이다.

BI역시 ‘남자의 커피’라는 컨셉에 맞춰 제작됐다. 흡사 남미의 중년 남성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황금빛 쉼표 안에 새겨졌다. 이미지 속 남성의 헤어스타일은 포마드를 바른 듯 머리를 ‘올백’으로 쓸어 넘겼으며, 남성미를 상징하는 콧수염이 진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캔 커피 속 남성의 이미지가 웅진식품의 100% 창작물인지 여부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본의 국민 캔커피로 불리는 ‘보스 커피’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나섰다. 콧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의 모습과 이를 표현한 방법이 매우 흡사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이츠바바의 BI는 보스 커피의 BI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캐릭터의 특징을 보여주는 핵심 포인트에서 큰 차이점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캐릭터가 바라보는 시점과 얼굴의 각도 정도만이 다를 뿐이다. 가장 큰 차이라면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느냐 아니냐 정도다. 이마가 훤히 보이도록 쓸어 넘긴 헤어스타일과 콧수염은 물론 눈썹 모양까지 엇비슷하다. 심지어 주름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눈 밑 선까지 같다.

◇ 웅진식품, “일본 제품 참고한 사실 전혀 없어”

이뿐만이 아니다. 턱선과 목선을 그려 넣은 방식도 유사하다. 무엇보다 동그란 바탕 안에 검은색으로 헤어와 눈썹, 눈 등만을 그려 캐릭터 얼굴 전체의 윤곽이 드러나도록 한 표현 방식이 비슷하다.

일본의 음료기업 ‘선토리’의 RTD커피 브랜드인 보스 커피는 일본의 국민 캔커피라 불린다. 지난 1992년 첫 선을 보인 이래 2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본 국민들이 즐겨 마시고 있다. 이 기간 맛과 제품 패키지를 달리해 수많은 베리에이션을 선보였으며 지금도 스탠다드, 미당, 블랙, 라떼 등 50여 종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보스 커피가 오랜 기간 일본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커피 고유의 맛 외에도 선토리사의 탁월할 마케팅 능력, 헐리우드 배우 토미 리 존스를 모델로 활용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최근 한글판으로 출시된 일본 게임회사 ‘세가’의 인기게임 ‘용과 같이 극2’에 실물로 등장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재를 불러 보았다.

한편 표절 의혹에 대해 웅진식품 관계자는 “해당 이미지는 ‘40대의 댄디한 남성 이미지’를 표현해 달라는 자사의 의뢰를 받아 협력 업체에서 만든 것”이라며 “음영 효과 때문에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확인 결과 업체에서는 일본 보스 커피를 참고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작 후 일본 제품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어 법적 검토를 해보니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재 웅진식품의 이츠바바는 지난해 10월 단산 조치되면서 더 이상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재고 물량이 일선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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