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5위권의 메이저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네 번째 주인이 유력했던 호반건설이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8일 만이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우건설의 네 번째 주인을 찾는 작업이 무산됐다. 헐값 매각과 특혜 의혹 등 온갖 고비를 넘긴 끝에 우선협상대상 선정까지 마쳤지만, 이 모든 과정이 한 순간에 ‘없던 일’이 됐다. 4분기 대규모 해외손실을 떠안은 대우건설 인수에 부담을 느낀 호반건설이 막판 정밀심사를 앞두고 ‘인수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호반건설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불과 8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 호반, 인수 중단 선언… “해외 손실 부담 컸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대우건설의 네 번째 주인으로 확실시 됐던 호반건설이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다. 8일 호반건설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진행하였고, 이에 대해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말했다.

호반건설의 갑작스런 인수 철회는 대우건설의 해외 손실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던 해외 손실분이 연말실적 보고를 앞두고 뒤늦게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서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3,300억원의 잠재 손실이 발생해 이를 4분기에 반영했다.

천문학적 금액의 손실이 발생한 건 발전소 시운전 도중 주요 기자재가 파손돼 조달비용이 추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 M&A 담당자들은 전날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해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받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심사숙고 끝에 최종적으로 인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호반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 됐을 뿐, 아직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 매각 결렬로 인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번 인수 작업에 관여된 기관들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거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진행된 일이었던 만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종 계약을 앞두고 인수를 철회한 호반건설은 물론 산업은행과 대우건설도 생채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신뢰도 흔들리는 호반… 산은, 책임론 ‘꿈틀’

우선 호반건설은 시장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우건설 인수에서 발을 빼게 된 합당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완주’를 하지 못한 만큼 그에 따른 냉혹한 평가를 감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금호, 동부건설 등 주요 M&A이슈에서 도중하차 한 사실에 비춰 완주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는데, 호반건설은 스스로 이를 증명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산업은행은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처럼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을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능력을 질타하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우건설도 새 주인 찾기가 요원하게 됐다. 이번 인수전에서도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흥행이 되지 못한 상황이라, 앞으로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데 상당한 애를 먹을 것으로 보여 진다. 또 대우건설은 인수 결렬 소식이 전해진 8일 오전부터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기업 가치가 더욱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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