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사진 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직후 우원식(사진 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지 13일만인 19일,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국회 정상화 합의는 민주당 측에서 국회 파행에 대해 국민에게 유감을 표시한 것에 한국당이 ‘정상화에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성사됐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 이유에 대해 이른바 ‘한국당 패싱(passing·건너뛰기)’ 전략을 막기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이 사실상 한국당을 의사일정에서 제외한 뒤 민생법안 처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사실상 한국당 패싱을 거론하며 민생법안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 같은 해석은 힘을 받았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당 출범대회 직후 “한국당이 법사위 문제로 보이콧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설 연휴 이후 한국당이 (국회 상임위에) 들어오지 않아도 급한 법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 사실상 한국당 패싱을 거론했다.

조배숙 대표도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들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사실상 한국당 패싱 의지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보이콧'에 대해 사과했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법사위 파행에 대한 민주당 사과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해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 한국당 “패싱 때문에 정상화 합의한 거 아니다"

한국당 패싱 전략은 20대 국회 들어 여야가 다당제 체제로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정당이 한국당의 보이콧 전략에 동참하지 않고, 여당과 논의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한국당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패싱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당은 정기국회 기간 세 차례에 걸쳐 보이콧에 나섰다.

지난해 9월 2일, 정기국회 개원과 동시에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보이콧 선언 후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어 한국당은 지난해 10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에 대해 “방송 장악을 위한 불법 날치기 폭거를 자행했다”고 항의하며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5일 한국당은 예산안 표결에 반발하며 ‘예산안 보이콧’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당의 잇따른 ‘정기국회 보이콧’은 여야로부터 외면받았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예정된 정기국회 일정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한국당 보이콧 기간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국정감사, 예산안 표결은 거의 차질없이 진행됐다. 오히려 한국당이 국회 일정에서 ‘패싱' 당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국회 보이콧으로 ‘패싱’에 말려든 경험 때문에 일찌감치 합의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한국당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9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사과와 우원식 원내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환영한다. 설 연휴동안에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원내대표 간 쉬지 않았던 물밑 접촉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민주당의 사과가 국회 정상화 합의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무슨 한국당 패싱 때문에 우리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해줬다는 것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당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법사위 파행에 대한 민주당 사과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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