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4월과 5월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5월 북미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각각의 정치체제가 성립된 후 처음이다.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서방언론들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항구적 비핵화’의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의 북미대화 중재 과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탐색전 없이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가능한 빠른 시일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정의용 실장이 전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좋다. 만나겠다”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 한반도 항구적 비핵화 ‘일괄타결’ 가능성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핵동결→비핵화’라는 단계적 해법이 아닌 ‘항구적 비핵화’ 일괄타결 가능성도 점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탐색전은 건너 뛴 것”이라며 “직접 만나면 큰 성과 거둘 것이라는 말에는 탐색대화나 예비대화를 거치지 말고 일괄타결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가능성은 적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에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우리 측 특사단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NSC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 새벽잠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실질적·역사적 성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다.

관건은 ‘항구적 비핵화’ 대가를 누가 얼마나 지불하느냐다. 북한은 ▲정상국가 인정 ▲체제보장 ▲대북제재 해제 ▲정전협정 ▲북미수교 등을 표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경제지원도 포함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핵화 단계에 따라 인센티브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대북 경제지원 비용분담 ‘관건’

비용 측면에서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은 우리가 될 것으로 일단 예상된다. 과거 제네바 협상으로 시작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비용을 우리가 70% 가까이 지불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당시 실무협상에 나섰던 한 교수는 “한반도 평화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논리로 상당부분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현재의 안보상황이 과거와는 다른 측면이 있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제네바 협상 당시 북한의 핵은 초보적 단계였고 미사일 기술도 전무했었다. 미국 입장에서 중동지역의 핵무기 개발 동참을 막고 NPT체제를 유지할 필요는 있었지만, 북한으로부터의 직접적 안보위협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고도화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자국의 안보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도 일부 대가를 지불해야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최근 이른바 ‘북미대화 중매쟁이’를 자처하고 문재인 정부의 태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운전자론’을 내세웠던 정부는 어느 시점부터 “핵은 북미 간 문제”라며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했었다. 협상국면에서 경제지원 문제가 불거졌을 때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는 “한국도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데 중개만 한다는 게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나아가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을 협상에 끌어들이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한반도 안보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라면, 이면에는 협상의 당사국들이 늘어날수록 비용부담도 적어지는 측면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6자회담이 열렸던 2005년 당사국들은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면서 균등분담의 원칙을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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