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7-0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주인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당시 맨유는 첼시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감격적인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에겐 박지성의 결승전 출전 불발이란 아쉬움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때를 전후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의 대표적인 강호였다. 직전인 2006-07시즌엔 4강 고지를 밟았고, 직후인 2008-09시즌엔 재차 결승전에 올랐으나 바르셀로나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2009-10시즌엔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원정다득점으로 탈락했고, 2010-11시즌엔 다시 결승전 무대에 섰지만 또 다시 바르셀로나에게 패했다. 하지만 4강, 우승, 준우승, 8강, 준우승으로 이어진 5년간의 성적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맨유는 한국시간으로 14일 새벽,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의 세비야에게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이로써 이번 시즌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성적은 16강에 그치게 됐다.

지난 시즌 맨유는 아예 챔피언스리그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5-16시즌 EPL에서 5위에 그치며 티켓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어느 정도 자존심은 지켰지만, 맨유에게 어울리는 무대는 아니었다.

2015-16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선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당시 맨유가 속한 그룹엔 볼프스부르크, PSV 아인트호벤, CSKA 모스크바 등이 있었는데, 맨유는 3위에 그치고 말았다. 2014-15시즌엔 역시 이전 시즌 EPL성적(7위)으로 인해 아예 진출에 실패했다. 2013-14시즌엔 8강에 진출했으나 2012-13시즌은 16강 탈락, 2011-12시즌은 조별리그 탈락이 최종 성적표였다.

즉, ‘황금기’ 이후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성적은 조별리그 탈락, 16강, 8강, 본선진출 실패, 조별리그 탈락, 본선진출 실패, 그리고 16강이다. 10년 전과 너무나도 대조된다. 이제 더 이상 ‘챔피언스리그의 강호’라는 평가가 어울리지 않게 됐다. 말 그대로 몰락이다.

맨유를 더욱 속쓰리게 만드는 것은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의 행보다. 이번 시즌 EPL을 평정하고 있는 맨시티는 유럽무대에서의 활약도 돋보인다. 비록 지난 시즌엔 16강에서 멈췄지만, 2015-16시즌엔 4강 고지까지 밟았다.

특히 2011-12시즌 이후 7년 연속 본선진출에 성공하며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두 팀 역사를 새로 쓴 행보다.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진출, 2012-13시즌 16강 진출, 2015-16시즌 8강·4강 진출 모두 팀 역사상 최초의 발걸음이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올 시즌엔 첫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맨유는 언제쯤 다시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호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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