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한 것과 관련 “국가 운영을 위해 쓰일 거라 기대했지만 반대로 쓰여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배신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금 억울했다. “국가 예산 사용에 대한 지식이 모자랐다”는 것. 그는 “특활비가 국가 운영을 위해 쓰일 거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심리로 열린 1심 첫 공판에서다.

이날 이병기 전 실장은 “특활비가 국가 운영과 반대로 쓰여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하기 직전인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검찰 수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상납된 국정원 특활비로 기치료와 주사비용 등 사적 용도에 사용했다.

이와 관련, 이병기 전 실장 측 변호인은 “특활비가 국정 활동에 적법하게 사용될 것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활동을 위해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활비를 청와대에 지원한 것은 “국정원을 지휘·감독하는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적 용도로 사용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나타낸 이유다.

앞서 이병기 전 실장은 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국정원장 재임시절 총 36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특활비 전달은 인정하면서도 뇌물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개인비리 문제라기보다 오랫동안 미비했던 제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국정원장에 임명됐다면 그분이 지금 법정에 서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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