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부터 스탠다드 좌석 자리를 1,000원 인상하기로 결정한 CGV에 따가운 눈총이 보내지고 있다. < CGV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CGV를 향한 따가운 눈총이 보내지고 있다. CGV가 관람료를 인상하면서 내세운 명분들이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CGV는 “고정비 부담 가중”을 호소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 ‘좌석 등급제’ 도입 2년 만에 관람료 인상

국내 영화 팬들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영화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GV가 갑작스레 가격 인상 소식을 전했다. 지난 5일 CGV는 오는 11일부터 영화 관람 가격을 기존 대비 1,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중(월~목) 오후 시간 스탠다드 좌석(2D 기준)은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주말(금~일)은 거의 모든 시간대가 1만1,000원을 받는다. CGV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임차료, 관리비, 시설투자비 부담 가중”을 들었다.

CGV가 관람료를 인상키로 한 건 ‘좌석 등급제’라 명명된 제도를 도입한 지 2년 만이다. 지난 2016년 시행된 이 제도는 표면상 차등제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상 가격 인상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000원이 할인되는 ‘이코노미 존’과 1,000원이 인상되는 ‘프라임 존’의 비중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가격 인상을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로부터 2년 뒤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CGV를 바라보는 시선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관 가격 인상 상승을 부채질 할 업계 1위 기업의 결정을 수긍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9일 참여연대는 “국내 관객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매출이 증가한 상황에서 티켓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티켓 가격 인상 정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정비 부담을 호소하는 것과 달리 CGV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관련 공시가 시작된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출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1조7,144억)에도 전년 대비 20% 매출이 증가하면서 2조 시대를 앞두고 있다. 2012년부터 500억원대에 정체돼 있던 영업이익도 증가세로 돌아서 862억원의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임차료와 관리비 등 판관비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CGV의 위상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비록 당기순이익률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이는 판관비와는 무관한 금융비용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데 따른 일식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 물가 상승률보다 ‘3배’ 더 오른 영화 티켓값

CGV의 가격 인상 명분이 설득력을 잃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CGV는 과거 물가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영화 관람표 인상폭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에 달한 반면, 이 기간 평균 영화 관람료는 155원(1.98%) 오른 데 그쳤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역시 CGV의 아전인수격 해석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각종 할인 혜택이 적용된 후의 관람료를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는 건 소비자를 호도하는 처사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만이 혜택을 받는 할인 가격이 아닌 액면가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앞선다. 2010년 당시 주중과 관람료 가격은 8,000원. 이로부터 3년 뒤 1,000원씩 인상된 영화 티켓 가격은 이제 1만1,000원을 바라보고 있다. 8년 사이 영화 관람료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배에 가까운 38% 가량 오른 것이다.

또한 지난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수가 2억1,987만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 국내 연평균 1인당 관람횟수(4.25회)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등도 이번 CGV의 가격 정책이 문전박대를 당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CGV 관계자는 “최대 매출은 그간 투자를 지속해온 해외 사업의 성과가 나타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국내 관람객수는 2013년 이후부터 2억1,000명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고객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주고자 극장을 확장하다 보니 극장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들을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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