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가운데 9명은 야근, 비효율적 회의 등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업무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복장 자율화하고, 직급호칭 없앴는데 정작 의견은 잘 듣지 않는다. ‘청바지 입은 꼰대’들이 따로 없다.” (중견기업 A대리)

“강제 소등하고 1장짜리 보고서 캠페인 했지만 변한 게 없다. 불 꺼진 사무실에서 스탠드 켜놓고 일한다. 1장짜리 보고서에 첨부만 30-40장이다. ‘무늬만 혁신’이다.” (대기업 B차장)

조직문화 혁신을 외치던 국내 기업이 근본적 변화 수준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자신들이 속한 조직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 야근, 비효율적 회의, 불통… 기업문화 여전히 ‘낙제수준’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6년 1차 진단 후 2년간의 기업문화 개선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됐다. 대기업 직장인 2,000여명을 조사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와 국내 주요기업 8개사를 분석한 ‘조직건강도 심층진단 결과’를 담았다.

‘기업문화 개선효과를 체감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59.8%로 가장 높았다.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28.0%로 직장인 87.8%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근본적인 개선이 됐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다.

항목별로 각각 야근(31점→46점), 비효율적 회의(39점→47점), 불통(55점→65점)은 점수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회식(77점→85점)만이 ‘우수’ 평가를 받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야근, 회의, 보고 등 주요 항목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기업의 개선활동이 대증적 처방에 치우쳐 있어 조직원들의 피로와 냉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 기업 8개 중 7곳… '조직 건강도' 글로벌 기업에 밀려 

주요 기업의 조직 건강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8개사 중 7개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약체인 것으로 진단됐다. 4개사가 최하위 수준, 3개사가 중하위 수준, 중상위 수준은 1개사였다.

영역별 진단결과를 살펴보면 책임소재, 동기부여 항목에선 국내기업이 상대적 우위를 보인 반면 리더십, 외부 지향성, 조율과 통제, 역량, 방향성 등 대다수 항목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처졌다.

대한상의는 조직건강을 해치는 3대 근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관리, 리더십 역량부족을 꼽았다.

이에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4대 개선과제로 ▲빠른 실행 업무프로세스 ▲권한·책임 부여된 가벼운 조직체계 ▲자율성 기반 인재육성 ▲플레잉코치형 리더십 육성 등을 제시했다.

우선 업무 프로세스 과학화를 위해 기존의 ‘체계적 전략기반 실행’ 프로세스를 빠른 실행에 중점을 둔 ‘시행착오 기반 실행’ 모델로 바꿀 것을 조언했다. 이어 효율성을 강조한 기존의 기능별 조직구조를 통합해 권한과 책임이 모두 부여된 ‘소규모 자기완결형’의 가벼운 조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상의 박재근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프로세스, 구조, 인재육성, 리더십 등 조직운영 요소 전반에 걸쳐 ‘역동성’과 ‘안정적 체계’를 동시에 갖춘 ‘양손잡이’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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