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마지막 해양플랜트 일감인 UAE 나스르 원유생산설비. 오는 7월 이 설비가 완공되면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은 가동이 중단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주절벽’에 시달렸던 현대중공업이 결국 해양플랜트 일손을 잠시 놓는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22일 담화문을 통해 오는 8월 해양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1983년 공장 준공 이래 사상 초유의 가동중단이다.

공장 가동을 멈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2014년 7건을 마지막으로 뚝 끊긴 상태다. 선박 주수는 계속됐으나, 해양플랜트 수주는 없었다.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긴지 43개월로, 4년에 육박하는 시간이 흘렀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마지막 해양플랜트 일감은 2014년 11월 수주한 UAE 나스르 원유생산설비다. 이마저도 오는 7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8월부턴 일손을 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해양플랜트 수주에 공을 들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값싼 노동력을 보유한 싱가포르,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지난 4월엔 마지막 희망이었던 글로벌 석유기업 BP의 대규모 해양플랜트마저 중국에게 빼앗긴 바 있다.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은 고용불안 및 지역경제 침체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해양공장에서 일하는 5,600여 인력이 일손을 놓을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장 가동이 재개되기 위해선 빠른 시일 내에 해양플랜트 수주가 필요한데, 여건이 좋지 않다.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수주는 쉽지 않고, 그렇다고 공장 가동을 위해 저가수주에 나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현재도 베트남과 미국에서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수주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 노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환구 사장은 담화문에서 “지금의 고정비로는 수주가 쉽지 않다. 위기극복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것뿐이고 노조의 무책임한 투쟁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감이 끊긴 책임을 노조에게 돌린 것이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경영진이 발생시킨 손실과 하청 양산으로 인한 품질저하 등을 공장 가동중단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같은 노사의 입장차는 향후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는 과거 해양플랜트 저가수주로 큰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때문에 수주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여러모로 수주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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