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중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담을 나누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보류해줄 것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미국이 종전선언을 꺼려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의 이 같은 요청은 지난달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개최된 2차 북중정상회담에서 있었다. 이 신문은 북중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은 종전선언에 북한과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북미 양국 정상만이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중국 측은 2차 북중정상회담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북측에 종전선언 보류 요청을 했으며, 동시에 한미연합훈련의 중단도 미국 측에 요청해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신문은 이에 대해 “중국이 한반도와 관련한 중대한 결정에서 자국이 배제되면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진 과정에서 중국 측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연설과 우리 측의 제안으로 평창올림픽에 북한 참여가 결정됐고,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심지어 ‘차이나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에도 중국은 빠져 있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명시됐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냈다. 대한민국이 휴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는 아니었으나 분단의 당사자인 반면, 중국은 한반도 휴전상황이 길어지면서 지금은 직접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이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남북미회담을 개최해 종전선언 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청와대의 기대감은 컸다. 북미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남북미 회담이 끝내 무산되자, 미국 측이 원하는 수준까지 북한이 비핵화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요청에 따라 종전선언이 보류된 것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히려 중국이 북한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에 장애물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협상에 중국 배후설을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 <도쿄신문>의 보도내용에 대한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일본 패싱’을 우려하는 일본 측의 시각이 담긴 것으로도 해석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