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오후 전남 강진군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 등이 수습하고 있다. 이 여고생은 지난 6월 16일 오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아버지 친구와 해남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문자를 남긴 뒤 실종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강진 여고생 사망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까. 앞서 경찰은 전남 강진 실종 여고생이 아버지 친구의 계획범죄로 살해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살해동기나 범행수법 등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 ‘아빠 친구’의 치밀한 범행, 그러나 범행동기는 미궁

전남 강진경찰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겠다며 나간 뒤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강진 여고생(이하 A양·16)에 대해 ‘아빠 친구(이하 B씨·51)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6일 중간 수사 발표를 통해 “B씨의 자택 인근 CCTV와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건 발생일인 지난달 16일 A양과 B씨가 만나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외에도 △사망한 A양의 시신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이 B씨가 사건 직전 구입한 수면유도제와 같은 성분이라는 점 △B씨의 차량 트렁크와 자택에서 발견된 흉기와 이발도구에서 A양의 DNA가 검출됐다는 점도 B씨를 용의자에서 피의자로 전환한 이유다. B씨가 범행 후 집 마당에서 태운 물건의 잔존물을 분석한 결과, A양이 당일 입었던 바지의 단추와 손가방 금속 링 등 부속품이라는 사실 역시 살해사건에 무게를 싣는 증거가 됐다.

전문가들은 B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수면제나 이발도구를 미리 준비했고, 집에서 600m 정도 떨어진 데서 차를 세워 놓고 대기를 했다는 점, 그리고 차량의 블랙박스를 제거한 것 등 일련의 과정이 체계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범행동기는 밝혀내지 못했다. B씨가 사건 직후 스스로 목을 매 숨진 탓이다.

A양의 시신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발견되기 했지만 이를 사용한 목적은 미궁이다. 성범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부검 결과 숨진 여고생의 몸에서 B씨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A양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사인과 연관 지을 만한 뚜렷한 외상이 없었다. 실종 8일 만에 발견된 여고생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종 여고생 A양이 시신으로 발견된 지점은 야산 정상으로부터 50m 아래 급경사 지점이다. 시신 발견 지점은 산세가 너무 험해 경찰의 초기 수색에서도 배제됐던 지역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6월 22일 경찰이 '강진 여고생'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전남경찰청 제공>

◇ 험한 야산에서 발견된 A양, 공범 있을까

주목할 점은 범행증거물에서 피해자 A양의 혈흔이 아니라 ‘체액’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찾아낸 낫 손잡이 부분에서 A양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그것도 혈흔이 아닌 침이나 땀과 같은 ‘체액’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양이 B씨와 함께 수풀이 우거진 산을 오르며 이 낫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신탕집을 운영했던 B씨가 약초나 열매를 채취하는 아르바이트라고 A양을 속여 야산 정상 부근까지 유인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산 정상에서 수면제 성분이 포함된 음료수를 A양에게 건넸고, 이후 범행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도 A양이 살해된 뒤 산꼭대기까지 옮겨졌다기보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산꼭대기까지 갔을 것이고 그곳에서 살해됐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일단 A양은 70㎏으로, B씨보다 2㎏이 무겁다는 점에서 살해한 뒤 그 시신을 들고 그 산꼭대기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A양이 산으로 도망가다 B씨에게 살해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A양이 숨진 뒤 유기됐다면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야산 정상으로부터 50m 아래 급경사 지점이다. 시신 발견 지점은 산세가 너무 험해 경찰의 초기 수색에서도 배제됐던 지역으로 알려졌다.

6일 전남 강진경찰서 회의실에서 김재순 수사과장이 실종 여고생 사망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삭발 상태’ 피해자, 완전범죄 혹은 변태행위?

여고생 A양의 시신은 발견 당시 알몸 상태였으며 머리카락도 전부 잘려있었다. 경찰은 피의자 B씨가 전기이발기로 여고생 머리카락을 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분석 전문가들은 시신이 부패될 것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광삼 변호사는 YTN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범행을 한 시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6월은 굉장히 습하고, 말께가 되면 장마가 온다. 그러면 시신이 굉장히 부패하기가 쉽다. 오히려 (땅 속에) 묻는 것보다 지상에 방치하는 것이 부패를 빠르게 한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머리카락이 남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자기의 완전범죄가 들통 날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러한 것을 전체적으로 보면 변태적인 습성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즉 완벽한 범죄를 생각해서 이러한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처음 범행하는 사람은 이렇게 완벽하게 할 수가 없다. B씨가 범행 후 A양의 소지품 등을 모두 가져와 태웠다는 사실 역시 계획범죄이자 연속범죄”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골 특유의 ‘쉬쉬하는’ 분위기에 B씨가 과거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발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성범죄 같은 경우 (B씨에 의한)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당사자가 살아 있어야 조사가 이뤄지는데 (그렇지 않아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오는 9일부터 범죄분석 전문요원(프로파일러) 6명과 함께 B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A양의 사망 경위를 규명할 계획이다. 범죄분석요원은 기존 수사 자료와 주변인 진술 확보 내용을 바탕으로 B씨의 살해 동기와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한다. 다만 피해자도 피의자도 모두 숨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실체는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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