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이후 암묵적 연대를 이어왔던 양당 사이가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을 놓고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규제혁신 5법’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아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즉각 처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 암묵적 연대를 이어왔던 양당 사이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여야 합의로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규제프리존법,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 개인정보보호법, 서비스발전법,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등을 ‘규제개악법’이라고 명명했다. 전날(22일)에는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으로 ‘규제혁신 5개 법안에 대한 긴급좌담회-문재인 정부의 규제완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입법추진하고 있는 규제혁신 5개 법안은 신기술·서비스라는 이유로 현행 법령을 위반하더라도 허가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정부에게 주는 것으로, 법치주의에 반하고 국회 스스로 입법권을 포기하는 문제점이 있고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 안전, 환경 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해당 법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건강, 환경, 개인정보, 사회 공익을 위해 제정된 현행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각종 규제완화 법안을 충분한 국민적 합의와 신중한 검토없이 3개 교섭단체가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근거와 효과성이 명확하지 않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한 우선허용 사후규제식의 입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 하는 규제 개악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어떤 미사여구로 겉모습을 포장하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혁신경제’로, ‘최순실법’ ‘재벌특혜법’은 ‘규제혁신 5법’으로 부활했다”며 “(이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서 필사적으로 막았던 그 법안들”이라고 꼬집었다.

◇ 민주당 “반대보다는 대안 제시해달라”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혁신과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는 규제개혁의 원칙과 접근방식에서 전혀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정의당이 지적한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 정부 당시 발의됐던 규제프리존법의 문제와 한계를 보완해서 새로운 법안을 발의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대했던 법안을 여당이 되니 추진한다”는 비판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규제혁신으로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 개인정보보호, 의료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입장은 같다. 정의당도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혁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정의당에서도 규제혁신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주시면 좋겠다.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권이 규제혁신과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해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린다. 혁신성장의 입구는 규제혁신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각종 현안에서 민주당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란 비아냥을 받아 왔었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정의당이 민주당과 함께 한국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장을 반대하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빌붙어 기생하는 정당”이라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개혁 등 민주당의 일부 정책 노선을 놓고 정의당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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