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6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과 중국·일본·인도, 그리고 아세안 10개국과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의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작년 제시됐던 ‘2018년 내 협상 타결’ 목표에 근접한 모양새다. 미국이 주요 교역국가들, 특히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면서 수출업계가 불안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이 자구책을 찾아 나서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 세부사항 이견 있지만 타결에는 큰 지장 없을 듯

RCEP에 참여하는 16개국의 경제통상 대표들은 8월 31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6번째 장관회의를 가졌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해 타국 대표들과 통관 및 정부조달 분야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한편 지난 7월에는 각국 실무자들이 방콕에서 제 23차 공식협상을 열었으며, 오는 10월 말에는 뉴질랜드에서 24차 협상이 예정돼있다.

RCEP가 정상적으로 출범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우선 16개 참가국의 경제규모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개방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위안화도 중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무역구조를 만듦으로서 다른 참가국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다만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만은 16개 국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보니, 우선 협정을 통과시킨 후 점진적으로 시장개방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아세안과 인도 등 여타 참가국들도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대럴 레이킹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은 “앞으로의 협상에 사용될 ‘호혜적이고 공정한’ 약관들에 16개 국가 모두가 동의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으며, 필리핀의 라몬 로페즈 산업통상부 장관은 “2018년 중에 바로 사인하지는 못하더라도, 연말이 되면 (참가국들이 협정에 동의할 수 있도록) 논의를 마무리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는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오는 11월 11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동아시아 정상회의는 RCEP의 연내 타결을 위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RCEP로 GDP 연 1.1% 증가 가능”

CNBC는 3일(현지시각)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이미 GDP의 2.1%를 잃었다는 UBS그룹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투자와 소비가 줄고 환율이 하락한 반면 물가는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개별 국가와 협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은 교역을 증진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특히 더 그렇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한국 거시경제 안정성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RCEP가 한국의 주요 거시경제변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RCEP에 참여함으로서 중장기적으로 GDP를 연평균 약 1.1% 증가시킬 수 있으며, 소비자후생 증대효과는 11억달러, 경상수지 개선효과는 287억달러로 추산됐다.

특히 RCEP가 미·중 무역 분쟁의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거론됐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 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백악관은 2,000억달러어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중국은 이 경우 600억달러의 보복관세로 맞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미·중이 서로에게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를 가정한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GDP는 RCEP가 없을 경우 장기적으로 22% 감소, RCEP 체제 하에서는 오히려 1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한국의 수출이 장기적으로 7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RCEP로 인해 감소 폭이 22%로 줄어들었으며, 181% 증가할 전망이던 수입량은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에 대해 “RCEP가 전반적으로 한국의 산업 및 무역구조를 긍정적으로 개편해 성장 안정성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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