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세종호텔 노조 관계자들이 '임종헌 구속'이라고 적힌 파란색 피켓을 들고 서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세종호텔 노조 관계자들이 '임종헌 구속'이라고 적힌 파란색 피켓을 들고 서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세종호텔노동조합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지난 15일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선 날에도 노조는 ‘임종헌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기존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조와 관련한 사건은 쌍용차 사건과 KTX 해고 승무원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전교조 해직 교사 및 법외노조 사건 등이다.

하지만 세종호텔노조 역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사측과 다수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그간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단 한 번도 승소한 적 없다. 물론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세종호텔 주명건 회장과 임 전 차장이 사돈지간이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 노조는 “사측의 탄압에 맞서기 위해 법원에 기댔었지만 법원은 매번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검찰은 한 점 의심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강조했다.

◇ ‘임종헌 구속’ 피켓 들고 나온 세종호텔 노조

지난 15일 고강도 조사를 받고 귀가한 임 전 차장이 16일 오후 귀가 9시간 만에 다시 검찰에 출석했다. 임 전 차장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임 전 차장이 실무 총괄자를 역임했던 만큼 조사할 혐의가 많아 재소환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5년 중순부터 지난해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한 달 전 돌연 사직서를 제출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사법부는 ‘법관 블랙리스트’ 논란이 거세던 때였다. 임 전 차장은 이와 관련해 자신이 연루되자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에 경위서를 내고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검찰의 수사 초기부터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과 함께 핵심 윗선으로 꼽힌 인물이다. 임 전 차장의 하드디스크 제출 요구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거부할 때도 검찰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5일 임 전 차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팻말 시위를 벌였던 세종호텔노조는 “사법농단 핵심자 의혹을 받고 있는 임 전 차장은 세종호텔 노조탄압의 핵심자로 꼽히는 주명건 세종호텔 회장과 사돈지간”이라며 “그간 숱한 패소 결과에 임 전 차장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세종호텔의 성과연봉제 폐단 등 부당노동행위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조나리 기자
지난 5월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세종호텔의 성과연봉제 폐단 등 부당노동행위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조나리 기자

◇ 인사발령·임금삭감·해고... 각종 소송 치르는 세종호텔 노사

세종호텔노조에 따르면 사측과의 본격적인 소송전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012년 비정규직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해고한 사건이 있었다”면서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그 사건이 사측과의 소송전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에도 사측은 경리과 사무직으로 20년간 근무했던 여성 직원을 객실청소부로 발령했다. 해당 직원은 당시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었고, 사측도 이를 알고 있었다. 무리한 신체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세종호텔 측은 인사이동 또는 퇴사 중 양자택일을 암묵적으로 강요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당시 이 직원은 노조 부위원장의 아내였고, 결국 객실 청소 업무를 할 수 없어 퇴사를 했다. 이 사건 역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노조 측이 패소했다. 2015년 12월에 제기했던 조합원 임금삭감 부당행위 소송과 김상진 전 노조위원장의 해고 무효 소송도 올해 모두 판소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의 해고처분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던 조합원 3명도 벌금 5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세종호텔이 도입한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소송도 오는 11월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시행 후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은 평균 3.5% 임금이 삭감된 반면, 다수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 복수노조 조합원은 평균 0.25% 인상됐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 전 차장과 주명건 회장이 우리가 소송을 벌이고 있는 기간 내내 사돈관계였던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번 수사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여러 차례 패소하면서 ‘우리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사측이 대단한 로펌을 끼고 있어서 그런 것인가’하며 나름대로 고민해왔다”면서 “꼭 우리 사건이 아니더라도 고초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있는 만큼 사법농단의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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