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중도' 노선을 표방하면서 보수·진보 양측에서 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중도' 노선을 표방하면서 진보·보수 양측으로부터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사실상 ‘미운오리 새끼’가 된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노선을 중도로 설정하면서 진보·보수 양측에서 협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손 대표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비판하는 데 대해 “‘저녁이 있는 삶’을 주장했던 철학을 바꾼 것이냐”고 꼬집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가 ‘소득주도 성장은 좌편향 경제정책’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본인이 원래 가진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철학과 소신을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지난 2012년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후보로 출마할 당시 ‘저녁이 있는 삶’을 화두로 던졌다. 김 정책위의장이 손 대표의 이 같은 점을 언급하며 ‘말바꾸기’라고 비판한 셈이다. 손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시정연설에서 밝힌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김 정책위의장의 생각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그러면서 “바른미래당과 손 대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철 지난 색깔론을 자꾸 들먹이는 자유한국당 행태를 따라가지 않기 바란다. 예산과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당부한다”고 했다.

◇ 한국당도 속앓이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손 대표가 중도 노선을 유지하는 데 대해 ‘힘을 합쳐 정부여당과 싸워야 할 상대’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여당 견제 차원에서 협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손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 민주화 업적을 ‘바른미래당의 중요한 전통’이라고 주장한 뒤 한국당 입장이 다소 불편해 졌다. 그동안 한국당은 김 전 대통령을 ‘당의 자산’으로 추켜 세우고, 당 공식 회의실에 초상화도 걸어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손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을 바른미래당 뿌리에 포함시키자 한국당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당은 손 대표 주장에 겉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손 대표 주장이 제기된 같은 날, 홍보본부 명의로 “민주주의의 불꽃, 김영삼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을 정성다해 준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사실상 손 대표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손 대표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좌편향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해 민주당의 공격을 받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바른미래당 뿌리’로 가져오면서 한국당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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