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왼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조국 민정수석을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을 거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예산심사가 꼬이고 있다. / 뉴시스
김관영(왼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조국 민정수석을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을 거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꼬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부여당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과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019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 중인 국회 일정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오는 16일부터 감액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정수 조정 문제로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올해는 휴일이 겹쳐 이달 30일에 본회의가 잡혀 더 빠듯한 일정이다. 결국 막판 ‘졸속 심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13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야당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거부될 경우 정상적인 국회 일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2월 국회는 내년도 나라살림 예산심사가 가장 핵심이다. 아울러 지금 규제 혁신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산적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협치를 거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회차원의 대응을 말한 것”이라고 보충설명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국회선진화법(국회법 85조 3항)은 국회가 예산안 심사를 법정시한 내 마치지 못하면 그 다음날 본회의에 정부의 예산안이 원안 그대로 자동 부의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합의할 경우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야당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심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저출산 부문 예산은 늘리되 일자리 예산은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만약 양당이 예산안 심사를 거부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될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이 돼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는 준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준예산은 예산안이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일부 경비에 한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준예산 사태는 지역구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야당 국회의원들도 바라지 않는 최악의 경우이기 때문에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준예산 제도는 1960년 도입 이후 한 번도 운용된 적이 없다.

◇ 올해 예산안도 ‘졸속’ 우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두 야당의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4일 “지금 예산국회가 진행 중인데 두 야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한다는 기자회견을 한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예산을 잘 심사해서 처리하는 건데 (심사일이) 2주 남짓 남았는데 지금 보이콧을 하면 (예산안에) 야당의 주장도 반영 안 될 뿐만 아니라 국회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시고 심사에 적극 임해주시길 다시 촉구드린다”고 했다.

같은 당 박광온 최고위원도 “(두 야당이) 협치라는 개념을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협치는 대통령과 여당이 무조건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고 따라가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사실상 수용되기 어려운 민정수석 해임 카드를 꺼낸 것은 예산정국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나랏돈이 걸린 예산국회에서 정부의 잘못된 예산을 바로잡는 게 야당의 역할이고 대안을 제시해 존재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야가 대치국면을 이어가면서 올해 예산안도 졸속 심사가 우려된다. 여야가 비교섭단체 1명 추가 문제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예산안조정소위는 예산안 감액 심사를 담당하는 ‘핵심’ 소위로 분류되는 곳이다. 민주당은 이 소위 정수를 늘려 비교섭단체 1명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당은 민주당에 할당된 1명을 줄여서 비교섭단체 1명을 추가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상임위별 소관부처 예산안 예비심사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470조 규모의 나라살림이 ‘날림’으로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