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 문건에 직접 결재까지 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 문건에 직접 결재까지 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어떤 법관에게도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일이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사법농단의 출발점인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이 바로 그것이다.

문건은 2015년 1월 22일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작성했다. 여기엔 성희롱과 음주운전 등 물의를 일으킨 판사들의 이름이 올랐다. 문제는 법원행정처와 다른 입장을 나타낸 판사들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송승용 부장판사다. 그는 2014년 8월 당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비판하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이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돼 이듬해 정기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송승용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검찰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주목할 부분은 문건의 결재란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희망 근무지 배정 우선순위 등수를 낮춰 먼 곳으로 보내자는 방안에 직접 표시(V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사평정을 조작해 불이익을 주는 것 외에도 ‘물의 야기 법관’이 새로운 근무지로 갔을 때 주요 보직을 맡기면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까지 통보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부 적격 여부 검토’, ‘수원지법 형사재판장 적합성 검토’라는 제목의 후속 문건도 발견된 것이다.

검찰은 문건을 작성한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관계자 및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법관들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5개월이 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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