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이율 변호사가 인터뷰 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희 기자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이율 변호사가 인터뷰 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이율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재무이사와 대한변호사협회 재무이사, 공보이사 등을 거쳤다. 변호사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수임난과 각종 애로사항에 대해 누구보다 빠삭하게 들여다봐왔다. 동시에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던 협회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그는 “지금 변호사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생존한계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내년 초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 선거 출사표를 던진 이 변호사는 ‘투쟁하는 집행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당선 된다면 싸워야 할 상대는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이율 변호사를 만나 출마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율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배경은?

“지금 변호사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새로 나오는 변호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로스쿨에서 3년 동안 1억원을 들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는데, 막상 나오면 일부 몇몇 대학 출신을 제외하고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수준이다.

변호사법 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변호사들 자체가 생존한계에 치달은 상황에서 인권과 사회정의가 눈에 들어오겠나. 지금 변호사 시장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여기에 더해 유사직업의 시장 침범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상태다. 지금이 가장 위기이지만 반면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 변호사들의 수임난, 10년 전부터도 나왔던 얘기다.

“물론 최근 통계조사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2015년 한 달 평균 수임 건수가 1.67건이었다. 지금은 서초동에 있는 개업 변호사들이 한 달에 한 건도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임료도 대폭 낮아졌다. 사건 하나 수임해서는 한 달 사무실 임대료로 못 낸다. 지금의 변호사들의 현실이다. 이 문제는 변호사들이 백번 얘기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서울변회 회장에 당선된다면 강력하게 어필할 것이다. 협회장은 원래 이런 일을 하는 자리다. 그간 제대로 못했을 뿐이지.”

- 당선이 된다면 할 일들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폐지다. 공단의 구조 대상자들의 월 소득이 평균 558만원이다. 이분들이 정말 사회 소외계층이라고 할 수 있나. 요즘 변호사들이 ‘우리들이 구조 대상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지난해 공단의 구조 건수가 16만3,900여건이었다. 공단 변호사 100명과 법무관 130명이 1년에 16만건 이상의 사건을 수임한 것이다. 이 정도면 법률사무소의 재벌급이다. 이 사건들의 대부분은 원래 일선 변호사들에게 왔어야한다. 국가의 지나친 간섭으로 변호사들의 일감이 뺏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법률원조사업을 통합해 컨트롤 센터를 만들 생각이다. 가칭 사법법률지원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변호사협회에 본부를 두고 14개 지방변호사협회 지부와 계약을 맺고 센터는 지부에 사건을 소개하는 것이다. 위임계약은 지부가 개별적으로 한다.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선변호사제도다. 국선 변호사는 건당 30만원의 수당이 책정된다. 증액을 신청할 수 있지만 법원 눈치 보느라 증액 청구를 잘 안한다. 국선 사건을 수임하면 3개월 6개월 동안 고생해서 30만원 받는 것이다. 소득세 제외하면 29만1,000원. 국선 변호 수당 증액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 또한 국선제도의 심각한 문제는 변호사를 심판격인 판사가 고르는 것이다. 재판에서 검찰 측과 공방을 해야하는 변호사를 심판인 판사가 고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회장직에 당선된다면 국선변호사 선정권을 변호사 단체로 이관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율 변호사는 내년 서울변회 회장직에 당선될 시 대한법률구조공단 폐지와 국선변호인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사진=김경희 기자
이율 변호사는 내년 서울변회 회장직에 당선될 시 대한법률구조공단 폐지와 국선변호인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사진=김경희 기자

- 회장에 당선되면 정부와 대화를 하겠지만, 필요시 강력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법률구조공단은 특수법인이고, 국선변호인제도도 법원에서 쥐고 놓지 않고 있다. 법 제도는 변호사들이 아무리 소리질러봐야 정부와 국회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사실 정부나 국회는 변호사단체에 관심이 없다. 그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변호사들은 100여명이 모여서 서명운동하고, 300m 집회 시위하는 것으로 끝났다.

절실하게 싸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섭지가 않은 것이다. 이제는 1회성 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자신을 걸고 해야 한다는 각오로 싸워야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협회는 관리형 집행부는 필요 없다. 나가서 싸울 수 있는 ‘야전형’ 집행부가 필요한 때다.”

- 얼마 전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의무화하고 있는 변호사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주변 변호사들의 반응은 어땠나?

“많은 연락을 받았다. 시간이 없어서 대리인단 모집 시기가 짧았다. 뒤늦게 연락을 준 분들도 있을 정도다. 물론 일부 변호사님들 중에는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다. 공익활동의 순기능을 강조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100이라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5 내지 10의 성과가 있었다면 그것은 그 뿐인 성과다. 나머지 90의 주된 현상과 결과를 도외시하면서 일부 성과가 있으니 해야 한다는 논리는 엉터리라고 생각한다.

공익활동 열심히 해야 한다.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으로 강제해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강제하는 곳은 없다.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공익활동을 하시는 변호사님들을 발굴해서 널리 알리고 포상을 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월급 받는 변호사들은 잠잘 시간도 없이 일을 하는데 공익활동 때문에 고통이 너무 크다. 거짓으로 신고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못할 짓이다.”

- ‘법률상담은 무료’라는 인식에 대해 지적했다. 물론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제고도 필요하지만, 그간 변호사업계에서 무료로 해오기도 했다.  

“예전에는 무료법률 상담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료상담이 사건을 수임하기 위한 하나의 유인책으로 변질됐다. 그러다보니 상담을 받는 의뢰인들도 당연시 한다. 이 인식의 원인에는 법률구조공단도 책임이 있다. 많은 의뢰인들이 ‘공단은 무료인데 왜 돈을 받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물론 부득이 무료로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유료 상담이 원칙이 돼야 한다. 그 부분도 다룰 계획이다.”

- 별개 얘기긴 하지만, 최근 변호사도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논란에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계약직 채용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옳지 않다고 본다. 일부 순수하게 공단의 설립목적만을 보고 선택한 변호사도 있겠지만, 대부분 공단 역시 하나의 직장으로 선택한다고 보면 된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외계층을 위해 좋은 일을 하자고 만들어진 단체다. 그런데 가장 고유한 기능을 하는 변호사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올해 미투 바람과 함께 이슈가 됐던 것 중 하나가 ‘성범죄 전문 변호사’였다. 무죄로 만들어주겠다든지, 사과하지 말라든지, 무고로 맞고소를 진행하는 등의 행위가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밟는 행위라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도 볼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혈안이 됐을까하는 것이다. 지금 그것도 못해서 생존 한계에 내몰려 있는 변호사들은 더 많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급증한 변호사 수다. 로스쿨을 만들어서 1년에 2,000여명의 변호사들이 새로 나온다. 국가가 환경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생계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다. 지금부터라도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

이율 변호사는
이율 변호사는 "사법농단은 사법부의 신뢰를 말살시킨 범죄행위"라며 "반드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 마찬가지로 법조계 이슈 중 사법농단이 빠질 수 없다. 올 여름 헌법소원을 내셨다.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이 사법농단에 연루돼 있다는 취지인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부인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저를 잘 모르겠지만 법조계 내에서 그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분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사법부에서 가장 나타나서는 안 될 법조인이다.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와 재판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짙은 상황이다. 상고법원이 국민들에게도 이익이라고 홍보해왔지만, 사실은 퇴직 후에도 사법부를 장악할 수단으로 밀어붙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곧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구속영장심사를 받을 것 같은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구속은 어려울 것 같다. 6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영장심사를 받는데 발부될 것 같지 않다. 솔직히 회의적이다. 여전히 진상규명에 저항하는 기득권들이 핵심요소에 자리하고 있고, 사법우월주의 법관우월주의 법원우월주의가 법원 내부 팽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농단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 사법농단 문제는 법원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맡은 사건이 권력기관의 흥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거래는 회복할 수 없는 범죄다. 강제징용이나 몇몇 조사를 통해 밝혀진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사건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법부의 신뢰를 말살 시킨 것이다. 국민에 대한 범죄행위다.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번 추락한 신뢰는 회복하기 위해선 수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그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첫 단추를 잘 끼우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시작은 진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매 맞을 사람은 매 맞고, 용서받을 사람은 용서를 받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건설하는 것이 진정한 사법개혁이다.”

출마 전 각오를 묻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청와대도 국회도 법원도 검찰도 상대해야 한다면 싸우겠다"면서 "2년 내내 가시밭길을 걷겠다는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출마 전 각오를 묻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청와대도 국회도 법원도 검찰도 상대해야 한다면 싸우겠다"면서 "2년 내내 가시밭길을 걷겠다는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 마지막으로 출마 전 각오를 듣고 싶다.

“지금 국가는 매년 대량으로 변호사를 배출하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 하고 있다. 결국 우리 스스로 자구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잘 내지 않았지만, 환경을 만들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고 본다. 더 이상 협회 임원직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한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물론 혼자서는 아무런 힘이 없다. 하지만 힘이 생기면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청와대도 국회도 법원도 검찰도 상대해야 한다면 싸우겠다. 2년 내내 가시밭길을 걷겠다는 각오가 이미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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