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삼성중공업은 최근에도 인수 의사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삼성중공업은 최근에도 인수 의사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새해 들어 국내 조선업계에 초대형 지각변동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전격 나선 것이다. 20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던 대우조선해양이자 수주잔량 기준 세계 1·2위의 만남, 그리고 국내 조선업계의 ‘빅2 체제’ 전환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 산업사에 기록될 일대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잠잠하기만 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 통보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더욱 속도를 내며 본격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삼성중공업의 이러한 반응은 예상됐던 바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꾸준히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매번 부정했다. 산업은행의 물밑 제안에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삼성중공업의 참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현재 경영정상화 과정에 있고, 노조 등 걸림돌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삼성중공업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가운데,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먼저 긍정적인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이 무리해서 인수에 나서지 않은 것 자체가 실익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의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적절치 않기 때문에 오히려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주가에 반영됐던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빅2’ 체제로의 전환을 통한 공급과잉 및 과당경쟁 해소도 삼성중공업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기존 ‘빅3’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빅3’ 체제를 고수하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계를 전반적으로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부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만남은 매머드급 조선사의 탄생을 의미한다. 수주잔량 기준 세계 1·2위가 만나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한층 강화되는 만큼 원가절감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경쟁자가 하나 줄어든 대신 덩치가 확 커진 경쟁자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업황이 좋지 않을 때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에서의 입지 축소는 그룹 내 입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도 그룹 내 입지가 미약한 편이다. 그런데 조선업계 ‘빅3’의 일원에서 ‘2인자’로 내려앉게 되면 그룹 내 위상도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

노조에 나타날 변화도 삼성중공업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두 노조의 결합도 의미한다. 이미 두 노조는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고 강성인 두 노조가 하나로 뭉치게 될 경우 조선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의 노사관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많은 과제가 남아있고, 인수가 성사된 이후에도 업황 등 변수가 많은 만큼 삼성중공업의 득실을 계산하긴 이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업계에 큰 변화가 임박한 만큼 삼성중공업 나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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