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한 소상공인의 발언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한 소상공인의 발언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기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달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다른 정책과 속도를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점을 인정하고,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앞으로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자영업과 소상공인 규모는 564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가족 근로자 110만여 명을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 2,682만 명 중 25%가 자영업-소상공인 종사자인 셈이다. 정부는 기존의 노사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이들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판단, 지난해 ‘자기고용 노동자’라는 새로운 분류를 도입해 대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만 일자리가 총 10만8,000개가 줄어드는 등 소상공인들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움 가중”

문재인 대통령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의 형편은 여전히 어렵다. 이미 과다한 진입으로 경쟁이 심한데다 높은 상가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올해 EITC 근로장려금을 3조8,000억 원으로 확대했고, 자영업자도 115만 가구가 혜택을 받게 된다.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도 도입할 것”이라며 “또한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계청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만 일자리가 10만8000개 감소하는 등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통계청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만 일자리가 10만8000개 감소하는 등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간담회는 ▲비용부담 ▲상권보호와 상생 ▲성장과 혁신 ▲규제개선과 기타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소상공인들은 카드 수수료, 임대료, 인건비와 직결된 ‘비용부담’과 ‘상권보호’ 주제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카드수수료 협상권 법제화, 체크카드의 제로페이화, 제로페이 홍보 강화, 최저임금 동결, 세금 카드납부 수수료 문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지역 의료보험 부과 문제 등이 주로 거론됐다.

◇ 소상공인 초청해 매달 정책점검 브리핑

소상공인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유관부처 장관들이 직접 나섰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가맹점 수가 일정수준이 되면 3월부터 적극 홍보하겠다”고 했고, 세금납부에 있어서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4대 보험 한시적·부분적 면제 요청 등 원칙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카드수수료 협상권 문제는 문 대통령이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 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개별 자영업자에 협상권을 주는 것에 난색을 표하자, 문 대통령은 “노동조합 협약의 경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가 있다”며 참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최저임금 동결’에 대해서는 ‘확답’이 나오진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 “(최저임금은)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보완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자영업 대책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날 간담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자영업 종합대책’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9일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후속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소상공인들과의 대화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단순히 내부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를 모시고 매월 실천과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점검하고 브리핑하는 것”이라며 “19일 첫 회의를 중기부에서 하고, 청와대 13개 부처 실무 책임자가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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