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관 후보 0순위로 거론됐다. 일종의 관례였다. 전임자 대다수가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이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임종헌 전 차장은 대법관이 되지 못했다. 재임 중 법관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퇴임을 택했다. 법관 사찰 의혹은 사법농단 사태로 번졌다. 가장 먼저 구속된 피고인이 바로 임종헌 전 차장이다.

한때 대법관 유력 후보였던 피고인 임종헌 전 차장은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다. 그는 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편성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 “대외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운영비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은 각 부처 상황에 따른 예산편성 전략의 하나”라면서 “참고자료는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다. 돌연 검찰을 향해 “웃지 마라”고 언성을 높였다.

재판부는 임종헌 전 차장에게 “검사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변론 내용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재판부가 지적할 사항으로, 설령 그렇게 보였을지라도 앞으로 그와 같은 발언을 삼가라”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임종헌 전 차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계속됐다. 검찰 측에 “행정법 교과서를 읽어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은 행정 조직의 일원으로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고, 직무상 명령이 명백하게 위법한 경우 복종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임종헌 전 차장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재판부를 앞에 두고 자신의 법률 지식을 과시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행위는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 시작부터 불필요한 뒷말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