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계성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당내 잡음을 일소해 리더십을 확인한 황교안 대표는 지난 20일 광화문 장외투쟁 총동원령을 내렸고, 태극기집회 참가인원과 합쳐 한국당 추산 2만 여명이 참가하는 결속력을 보였다. 황교안 대표가 대선행보를 시작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발언대에 오른 황 대표는 첫 마디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천국을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인 황 대표는 “오늘 우리의 투쟁은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기 위한 대장정의 첫 걸음”이라고 선언했다. 명실상부한 야당의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의미였다.

◇ 강경투쟁으로 대립효과 극대화

특히 황 대표는 “북한은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는데 우리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풀어달라며 사방팔방 돌아다닌다”며 “외교는 전혀 보이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인용했다가 진보진영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청와대와 여당을 의도적으로 도발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정치를 하지 말라”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여권인사들의 반발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더 세게 받아쳤다. 22일 취재진과 만난 황 대표는 “무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외교정책들에 대해서 고쳐달라고 대안을 제시했는데 듣지 않으면 행동할 수밖에 없다”면서 “실정의 참상을 국민에게 알리며 함께 갈 것”이라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YTN과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하이키 전략은 아직도 본인의 입지가 완전히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보수의 차기 대권주자 자리매김을 통해 한국당에 친정체제를 구축해 공천권을 행사하고, 다시 총선과정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보해 보수의 대권주자가 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치공학 측면에서 큰 인물과 대척점을 형성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전략이다. 상대방과 ‘동급’으로 체급을 키울 수 있고 인지도도 쌓는데 가장 용이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체급이 낮은 정치인이 높은 정치인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의 주요 타깃이 돼 왔다. 아울러 외부에 적을 만듦으로서 내부의 분열적 요소를 감추는 효과도 있다.

◇ 뻔한 정치공세 맞대응한 청와대

일반적이라면 이 같은 정치공세는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는 비유처럼 맞춰주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황 대표의 발언에 입장을 내놨다.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며 “정략정치의 장인 거리가 아니라 민생의 전당인 국회에서 본분을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도가 지나쳤다”며 한 목소리로 황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황 대표를 공격한 것이지만, 지지층 결집에 나선 황 대표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그림이다. 실제 황 대표는 전국 장외투쟁을 통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민주당에도 정략이 숨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상당수다.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늘이 강한 황 대표를 ‘극우’로 묶어 놓을 수 있다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지층 결집도 중요하지만, 큰 선거는 중도확장력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6만8,713표를 얻어 당선됐지만,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는 1만5,528표로 오세훈 전 시장(2만690표)에 오히려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두고 당시 여의도 안팎에서는 이른바 ‘황나땡’(황교안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다음 대선은 결국 1대 1 대결의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본인이 (여론조사) 1등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당히 착시현상이 있을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처하고 있는 위치에서 확장전략을 쓰지 않으면 대선과 총선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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