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김경희 기자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공동체가 사회안전망 구축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층간 소음 같은 작은 문제부터 동네 안전문제까지 많은 부분이 공동체가 형성됨으로써 해결될 수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은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공유경제도 공동체가 있다면 다양한 모델이 실현 가능하다.

사회주택의 출발도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유경제를 통해 소유비용을 줄여 주거안정을 취하고, 동시에 공동체 활성화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정부도 주목했다. 실제 취재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원룸 혹은 오피스텔 거주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문제는 사회주택이 사회개혁을 이끌 만큼의 규모는 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주택의 초점이 주로 1인 가구에 맞춰지면서 전 계층에 반향을 일으키는 데에 한계가 분명했다. 입주민 일부는 아파트 분양을 기다렸고, ‘기숙사’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거칠 뿐 최종적인 주거형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기존 사회주택의 한계를 깨고, 주류 주택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다.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가 추진하는 ‘위스테이’가 대표적이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며 누렸던 이익을 주민들로 구성된 사회협동조합과 지역이 향유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목표는 단순히 ‘좋은 아파트’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대단위 공동체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공유경제의 실험과 지역 일자리 창출, 나아가 사회혁신까지 이뤄보겠다는 게 양동수 대표의 궁극적 목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익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어떻게 협동조합 아파트를 기획하게 됐나.
“재단법인 동천에서 공익·인권 변호사를 했었다. 난민, 이주민, 장애인, 탈북, 여성, 청소년,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입법지원 활동이었다. 그래서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이 고통 받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이전까지는 변호사로서 법률지원 등 조력하는 역할을 했었다. 비영리 활동가나 사회적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했는데, 특정 분야에서는 직접 플레이로써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공간이라는 것은 때로 삶을 규정할 정도로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자본의 논리로만 만들어져 왔다. 공간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사회주택에 관심을 가졌다. 단순히 사회주택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구조를 비틀어보면 새로운 방식이 가능하다.”

-공간을 만드는 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나.
“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누구나 필요하다. 그런데 주택공급은 거대자본이나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소비자는 마지막에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소비자에게 이렇게 짜여진 장 안에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최종적으로 각자 도생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개별 소비자들을 공동체로 연대시켜 자본을 대체하고 소유구조까지 연대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자산을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위스테이를 선보였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기본적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이다. 기존 뉴스테이는 건설사와 주택도시기금이 리츠(REITs)를 만들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인데, 위스테이는 기존의 시행 역할까지 수행하던 건설사의 역할을 대폭 축소시켜 시공주체의 역할로서만 제한적으로 참여시키고, 사회적기업인 더함이 시행사로 참여하는 사업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입주민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은 공급자의 역할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조합원은 지분 소유자면서 동시에 임차인이 된다. 임차로 살면서도 주인의식을 갖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아파트 공급에 대한 의사결정을 조합이 하고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더라도 조합이 아파트 소유권을 인수하면서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위스테이 모델에 대해 설명하는 양동수 대표. /김경희 기자.
위스테이 모델에 대해 설명하는 양동수 대표. /김경희 기자.

-분양으로 전환되었을 때 다른 아파트 임대나 분양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소유자는 모든 리스크를 가지고 간다. 반대로 임차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보증금을 그대로 지키는 게 지금의 구조다. 위스테이는 10%의 지분과 90% 임차보증금 구조로 돼 있다. 불가피하게 이사를 가야할 경우, 임차보증금은 그대로 받고 10%의 지분권을 매각해 시세에 따라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위스테이는 공공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일부는 공동체나 지역사회에 돌아갈 필요가 있다. 독일이나 외국의 사례를 보면 주택협동조합에 공공지원이 들어가게 되면 일정부분은 공공에 귀속시키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정책적으로 이익의 대략 30%는 공동체에 귀속시키고 70%를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로 벌어들이는 개발파티의 불로소득을 낮춰서 생기는 이익으로 공동체 관련 사업을 해볼 수 있다.”

-공동체 관련 사업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약 254만 원이고, 4인가구 기준으로 보면 약 381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위스테이 별내가 거의 500세대다.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들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상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로서 연대한다면 교섭력을 바탕으로 의료·먹거리·돌봄 등 생활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소유를 제한하는 대신 조합에서 쏘카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운영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스위스는 협동조합 기업이 카셰어링 부문 1위다. 다양한 산업의 영역에서 흩어져 있던 시민들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고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의 실험이 가능하다.”

-커뮤니티 혹은 공동체가 필수적이겠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혼자일수록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심해지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한국은 사회적 관계망이 OECD 최하위 수준인데,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사회안전망이 깨지면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경제가 어려워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게 아니다.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본능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가족공동체와 종교공동체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너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산, 독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티들이 진화하고 있다. 다만 지속가능한 신뢰가 생기고,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공동체를 복원하고 관계망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위스테이 별내의 모델하우스였던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은 철거하지 않고 조합원 총회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위스테이 별내의 모델하우스였던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은 철거하지 않고 조합원 총회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위스테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공동체를 구현하나.
“마을식당, 도서관, 카페, 어린이집, 메이커 스페이스, 어르신 공간, 헬스케어 센터 등 다른 아파트보다 커뮤니티 공간이 많다. 물론 요즘 생기는 아파트에도 이런 공간들이 있다. 하지만 작동하는 구조가 다르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기존 아파트와 달리 우리는 공급과정에 입주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간과 운영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사회주택인데, 위스테이의 차이점이 있다면.
“주거안정과 사회적 관계망 복원을 주택의 관점에서 해결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비슷하다. 다만 사회주택이 일정 소득계층 혹은 저소득계층에게 저렴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관점에 초점이 있다면, 우리는 주택의 공급구조와 소유, 소비까지 전반적인 삶의 양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살면서 누리는 여러 서비스들이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는데, 주택과 관련해 새로운 소유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사회주택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공급과 소유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소셜임펙트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상반기 2번째 위스테이 조합원 모집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신청을 했으면 좋겠나.
“작은 사회주택이나 공동체 주택이라면 성향과 취향을 맞춰서 모을 수 있다. 하지만 500세대가 넘어가니 보편성을 확보하는 것 같다. 1차 때 사업을 진행해보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욕망을 가진 한국인들이다. 특별한 사람들을 모아서 특별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 규칙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집단이기주의화나 비즈니스 측면으로 흐르지 않도록 모집단계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입하는 것이 아니고 결국 주민들이 만들어갈 공동체이기 때문에 공동체 주택 경험자나 커뮤니티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모집했다.”

-첫 삽을 뜰 때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공공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한다고 해도 의지적으로 결단해서 바로 집행에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기존의 이해관계나 기득권과의 관계가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모든 섹터에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

그래도 좋은 정책과 제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공공이 바뀌고 따라서 민간시장과 시민사회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공을 움직이려면 아이디어가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다. 비록 지금의 실험이 성공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규모의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공공을 움직여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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