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길 취재진 앞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출근길 취재진 앞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몸을 바짝 낮췄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논란을 정면 돌파했던 교수시절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딸 관련 의혹으로 격앙된 국민여론을 달래고, 야당과 언론의 검증 예봉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로우키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여론 뭇매에 “질책 달게 받겠다”

22일 조국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저에 대해 실망을 하신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점 잘 알고 있다. 주변을 꼼꼼히 돌아보지 않고 ‘직진’만 해오다가, 이번 기회에 전체 인생을 돌이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가족 모두가 더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저는 집안의 가장으로, 아이의 아버지로서, 더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제도가 그랬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라고 말하며 내 몰라라 하지 않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주시라. 향후 더욱 겸허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질의에 조 후보자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으며, 딸로 인해 허탈감을 느낀다는 국민들이 많다는 지적에도 “변명하지 않겠다.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모든 의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밝히겠다”며 검증을 받고 직접 소명할 기회를 얻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던 조국 후보자의 모습. /뉴시스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던 조국 후보자의 모습. /뉴시스

이를 두고 2006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청문회 정국을 떠올리는 여권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인사청문법 개정으로 청문 대상자가 국무위원까지 확대된 이후의 첫 인사청문회 대상자였다. 유 전 장관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누구보다 보수진영에 거침없는 독설을 날렸던 만큼, 야권은 검증에 칼을 갈았었다. 유 전 장관 외에도 4명의 청문대상자들이 더 있었지만 ‘유시민 개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점은 유 전 장관 한 명에게로 모아졌었다.

◇ 성난 여론 반전시킬 카드 없다면 위험

한바탕 격돌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당시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의원선서를 하며 파격을 선보였었던 유 전 장관은 말끔한 정장차림에 이른바 ‘2대 8’ 가르마를 하고 등장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능글맞은 웃음은 운동권 출신 청년 보다는 노회하고 닳고 닳은 정치인을 연상케 했다.

야당 의원의 질타에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유념하겠다” 등의 답변으로 대립각을 최소화 했고, 긴장감이 높아질 때는 “오늘 너무 공격을 받아서 정신이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노력했다. 자신이 독설을 내뱉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데도 거리낌 없었다. 야당이 끝끝내 반대하면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여론을 달래 파고는 넘을 수 있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 후보자와 유 전 장관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개혁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도 일치한다”며 “야당의 공세 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의 반응이다. 성난 여론을 달래고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느냐는 조 후보자의 정치력에 달렸다. 유 전 장관이 좋아서 2대 8 가르마를 하고 나타나 야당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였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민여론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자녀교육과 입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20대 청년들 사이에서는 조 후보자 딸의 학업과정을 보고 박탈감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 나아가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가치와 맞지 않는 인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확인됐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46.7%)은 지난주 대비 2.7%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49.2%)는 2.9% 포인트 상승해 긍정평가를 넘어섰다. 국민여론이 조 후보자를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19~21일 조사. 1,507명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응답률 4.2%>

그럼에도 청와대는 일단 조 후보자를 믿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러 의혹이 나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의혹만 있고 진실은 가려져 있지 않나 싶다”면서 “하루빨리 인사청문회를 통해 조 후보자 본인의 입장과 생각을 국민들이 들어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거듭 인사청문회 개최를 국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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