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및 신동 기업 풍산이 전방산업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올해 큰 폭의 실적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 네이버 지도
방산 및 신동 기업 풍산이 전방산업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올해 큰 폭의 실적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방산 명가’ 풍산에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올해 내내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 ‘신동에 방산까지’… 힘 못 쓰는 쌍두마차

풍산의 머리 위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안정적인 수요책 덕분에 부침이 크지 않은 방산업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시된 풍산의 잠정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7,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가량 줄었다. 그룹의 유일한 주권상장법인(지주사 제외)으로서 3조에 가까운 연매출을 이어오던 풍산은 올해 2조원 달성도 버거운 실정이다.

실제 영업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44억원. 이는 악실적을 거뒀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가 줄어든 수치다. 2017년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풍산은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간신히 1,000억원대에 턱걸이 했다. 당기순이익은 더 암울하다. 마지막 4분기만 남겨 놓고 있는 상황에서 총 누적 순이익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풍산의 양대축인 신동과 방위사업 모두 부진하다. 풍산 신동사업부문 중 하나인 봉선 제품이 수요산업 침체로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10% 감소한 바 있다. 방산부문은 내수와 수출판매 감소로 매출액이 동기간 16% 줄었다. 올해 또한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기‧전자와 자동차, 모바일‧휴대폰 등 전방산업에서의 구리 수요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떨어진 원자재 가격도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풍산은 원자재 가격이 오를수록 수익이 오르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구리를 가공해 만드는 신동 가격에 원자재비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풍산은 비축해 둔 구리에 현 시세를 붙여 신동을 판매한다. 구리 가격이 오를수록 마진이 많이 남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초 반등의 기미를 보이던 구리 가격은 지난 5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톤당 6,000달러 밑으로 거래되고 있다.

◇ 저가 늪서 허우적대는 주가… 방어주 ‘무색’

군용탄과 스포츠탄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방위사업부문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위축된 내수 시장은 올해 협력사에서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판매가 더 줄었다. 2분기까지 방산부문 단일 매출은 2,4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때 보다 700억원 가량 빠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축소 등 평화 우위의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탄약 수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어 올해 어닝쇼크가 예고되면서 주가도 저가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풍산의 주가는 2년 사이 3분의 1토막이 났다. 2017년 10월 주당 6만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올해 하반기 들어 2만원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산 분야는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방어주로 꼽힌다. 그럼에도 주식 가격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내수에서 비우호적 경영 환경이 조성됐음을 추정케 한다.

풍산 관계자는 “탄약은 연간 계획대로 판매가 이뤄져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면서 “1개 사업분기만 남은 상황에서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빠질 수밖에 없으며, 현재 시점에서 내년 경기는 개선될 것이란 장밋빛 기대를 섣불리 내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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