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유백이'를 시작으로 '사의 찬미',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굿캐스팅' 등 열일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 웅빈이엔에스  제공
'톱스타 유백이'를 시작으로 '사의 찬미',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굿캐스팅' 등 열일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 웅빈이엔에스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자신이 부른 노래를 듣고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이 나오는 예능을 보며 힐링하고, 연기가 어려울 땐 자신이 나오는 전작들을 보며 해답을 찾는 배우가 있다. 남다른 자기애를 드러낸 이상엽이 주인공. 최근 쉼 없는 열일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을 <시사위크>가 만나고 왔다.

이상엽은 2007년 KBS 드라마 ‘행복한 여자’로 데뷔했다. 이후 KBS2TV ‘대왕세종’(2008)을 비롯해 △‘마이더스’(2011) △‘미스 리플리’(2011)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 △‘사랑해서 남주나’(2013~2014) △‘파랑새의 집’(2015) △‘마스터- 국수의 신’(2016)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톱스타 유백이’(2018~2019) △‘사의 찬미’(2018)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2019) 등에 출연, 14년 동안 성실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이상엽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tvN ‘톱스타 유백이’를 시작으로, 2년 사이에만 5작품에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매력들을 어필하고 있는 것. 특히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박하선과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멜로 연기로 대중에게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였기에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과 관심도는 어느 때보다 컸다.

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도 출연 중인 이상엽 / 웅빈이엔에스 제공
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도 출연 중인 이상엽 / 웅빈이엔에스 제공

지난 1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현장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우연히 현장으로 차출돼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다.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에 내세운 시원한 코믹 액션과 유쾌한 연출로 ‘굿캐스팅’은 방영 이후 줄곧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얻었다. 이상엽은 '굿캐스팅'을 차기작으로 선택, 전작 속 윤정우의 모습을 말끔히 지워냈다.

극중 이상엽은 일광하이텍 대표이사 윤석호 역을 맡아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말끔히 정장을 입고 대표이사다운 카리스마를 선보이면서도, 짝사랑하는 백찬미(최강희 분) 앞에서는 수줍어하는 풋풋한 설렘을 안기며 ‘굿캐스팅’ 이야기의 큰 줄기를 그려나갔다. 변비서(허재호 분)와는 유쾌한 브로맨스까지 그려낸 이상엽이다.

‘굿캐스팅’은 지난 2월 촬영을 종료지은 사전제작 드라마였고, 이상엽은 KBS2TV 주말극 ‘한번 다녀왔습니다’를 촬영 중이었던 만큼 윤석호 캐릭터를 잊어버렸을 만도 할 터.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상엽은 아직까지 윤석호를 가슴에 품고있는 듯 했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윤석호를 떠나보내려 한다던 그는 “‘굿캐스팅’에서 재밌게 놀았던 이야기를 재밌게 해주겠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2월에 촬영을 마쳤던 ‘굿캐스팅’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종영 소감이 어떤가.
“재밌게 잘 논 느낌이다.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마피아 게임하듯 마이클(김용희 분)을 찾으며 잘 지냈던 것 같다. 드라마도 끝났고 세상의 반응도 (작품이) 끝난 분위기인데 우리끼리는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굿캐스팅’ 배우들과는 계속 이야기하고 있고, 메신저 안에서는 임예은(유인영 분)·백찬미(최강희 분)로 살아있는 것 같다. 

유럽 어느 나라의 속담인데, 사람이 죽으면 3일이고 5일이고 망자(亡姊)의 이야기만 계속해서 그 사람을 보내준다고 하더라. 저한테 종영 인터뷰가 그런 의미다. ‘굿캐스팅’의 이야기를 하루종일 하면서 캐릭터를 보내주는... 작품을 찍으며 재밌게 놀았던 이야기를 재밌게 해드리겠다.(웃음)” 

- ‘굿캐스팅’은 사전 제작 드라마였는데, 아직까지 윤석호를 가슴 속에 품고 있었나.
“사전 제작이면 촬영이 끝나도 방송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게 있다. 만나서 같이 궁금해 하고, 9~10개월 동안 ‘굿캐스팅’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드라마가 방송이 되면서 또 이야기하기도 했다. 호흡이 되게 긴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우리끼리(배우끼리) 하고 있어서 여운이 더 길지 않을까 싶다.”

개인 SNS를 통해 '굿캐스팅' 시즌2를 하고 싶다고 밝혔던 이상엽 / 이상엽 인스타그램
개인 SNS를 통해 '굿캐스팅' 시즌2를 하고 싶다고 밝혔던 이상엽 / 이상엽 인스타그램

- 개인 SNS에 ‘시즌2’로 만나자는 말을 적기도 했다. 감독 반응이 궁금하다.
“SNS에 해당 글을 올리고 나서 감독님께 바로 말씀을 드렸었는데, ‘왜 그렇게까지 해’(최영훈 감독 성대모사를 하며) 그러시더라. 아무래도 월화극 시청률 1위를 했고, 시청률도 괜찮았어서 감독님과 작가님의 어깨가 더 무거우신 것 같다. 그래서 두 분이 말씀을 아끼고 계신 게 아닌가 싶은데, 말씀을 아끼지 않도록 배우들끼리 계속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남자 주인공이었다. 윤석호 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고자 했나.
“사실 처음엔 멋있고 싶었고, 멋부리고도 싶었다. 그게 쉽지가 않더라. 그래서 초반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책장을 사이에 두고 찬미와 쟁쟁하게 대립하는 장면을 찍고 나서 ‘윤석호를 너무 멋있는 사람, 냉혈한으로만 바라본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깨알 재미도 있고, 호기심도 있는 사람인데 하고 깨달았던 결정적 장면이다.

상처 때문에 벽을 쳐놓았지만, 그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약함도 충분히 다 가지고 있고, 사격을 정말 못하는 허당스러움도 있어서 연기하면서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극이 흘러가면 갈수록 20대의 석호와 비슷한 모습이 점점 보여졌던 것 같다. 저도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다. 백찬미를 그리워하고, 잊고 있었던 순수한 기억들을 되돌려가며 자기를 되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고, 석호가 순수함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최강희(사진 좌측)와 로맨스 케미를 소화한 이상엽 / SBS '굿캐스팅' 방송화면
최강희(사진 좌측)와 로맨스 케미를 소화한 이상엽 / SBS '굿캐스팅' 방송화면

- 최강희와 호흡 맞춘 소감은.
“눈이 정말 예쁘고 맑으셨다. 어떤 배우분과 인사를 나누는데 눈을 보고 멈춘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맑고 영롱해서 멈췄던 그 느낌을 최강희 누나한테 오랜만에 느꼈다. 되게 여러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것 또한 느꼈다. 아기아기한 것은 당연하고 강인함도 있고 누나의 여러 모습을 발견하는 게 현장의 재밌는 소일거리였다. ‘굿캐스팅’에서 석호가 가지고 싶어했던 큰 인형이 있는데, 그 인형을 강희 누나가 진짜 가져가 SNS에 올렸더라. 그걸 보고 정말 러블리한 선배구나 싶었다.”

- 주말에는 윤규진(‘한 번 다녀왔습니다’)으로, 평일에는 윤석호(‘굿캐스팅’)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편성이 됐을 때 본인도 당황했을 것 같은데.
“(‘굿캐스팅’) 편성이 밀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금토드라마가 안되길 정말 기도했다. 사실 월화드라마도 조금 겁이 났다. 어떻게든 이상엽이 연기하는 거라, 나는 다르게 연기하고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이 보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보기 불편하고 식상하게 느낄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더라. 그나마 다행인 건 귀엽게 봐주시는 댓글이 있었다. 물론 제가 귀엽게만 봐주시는 댓글들만 봤을 수도 있다. 하하. ‘규진아 여기서 뭐해? 너 나희(이민정 분)랑 이혼하더니 찬미 만나는구나’ 이런 댓글들을 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방송까지 걱정 진짜 많이 했었다.”

- ‘굿캐스팅’ OST도 참여했다. 처음 OST에 참여해 본 소감이 어땠나.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많은 배우들의 로망일텐데 제가 할 줄은 몰랐다. 농담 삼아 감독님께 툭툭 던졌는데, 진짜 음악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 정신 차려보니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고 있더라.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진짜 거짓말 안하고 1,000번은 들은 것 같다. 

사실 클럽 회상 장면에서만 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희 누나와 제가 나올 때 그렇게 자주 쓰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곡이 밝아서 했지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노래였다면 진짜 못했을 것 같다.(웃음)”

'굿캐스팅' OST에 참여해 노래 실력을 뽐냈던 이상엽 / 웅빈이엔에스 제공
'굿캐스팅' OST에 참여해 노래 실력을 뽐냈던 이상엽 / 웅빈이엔에스 제공

- 최근 다작 행보를 보이고 있다. 힘들진 않나.
“‘톱스타 유백이’부터 해서 한 달 이상 쉰 적이 없었다. (드라마를) 짧게는 1~2일, 길게는 1~3주 정도 쉬긴 했지만 3주 정도 쉴 때도 tvN ‘시베리아 선발단’ 일정을 소화했었다. 비슷한 드라마의 연속이었다면 스스로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졌을 수 있는데 느낌들이 다 달라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현장에 있는 게 좋고 행복해 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긴 하다. 그럴 땐 제가 나왔던 SBS ‘런닝맨’을 보곤 한다. (캐릭터가 아닌) 이상엽으로 뛰어 놀고 있는 느낌이 좋더라. 또 저는 자신을 아니까 예전 드라마를 보면서 ‘저건 박태하(’마스터- 국수의 신‘)의 모습이 아니라 이상엽이었구나’ 하고 체크를 하면 연기를 할 때 정리가 좀 되더라. 그래서 출연했던 작품들을 다시 보곤 한다.”

- 원래 본인이 나오는 작품을 자주 보는 편인가.
“저는 좀 보는 편이다. 드라마 본방사수도 하고... 제가 출연하는 작품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하는 것 같다. 즐겨 보는 몇 개의 프로그램과 장면들이 있다.”

- ‘한 번 다녀왔습니다’ 윤규진 출연 분량을 늘려달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꽤 있다. 추후 방송에서 윤규진 분량이 늘어날 예정인지.
“지금 그 분량들을 찍고 있다. 저희가 (촬영하는 게) 방송보다 많이 앞서 있다. 많이들 안타까워하시고 답답해하시는 걸 규진이가 들은 것 같다. 나희와의 이야기가 심화되지 않을까 싶다.”

-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이후 작품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내년 상반기에 방영하는 작품 중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하반기에는 (내년 상반기 방영되는 작품을) 열심히 찍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여파로 촬영 시작이 기존보다 빨라졌다. 또 바로 연달아 나오는 건 스스로도 자신이 없다. 아무리 다른 캐릭터, 다른 드라마로 나와도 자꾸 나오면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연기를 쉬진 않을 것 같다.”

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도 출연 중인 이상엽 / 웅빈이엔에스
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도 출연 중인 이상엽 / 웅빈이엔에스

- 어느덧 데뷔 14년 차다. 배우로서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면 남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감정에 대해 스스로 이해를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이해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고, 저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우리가 늘 믿고 있던 전형적인 연기 표현법이라는 게 있을 수 있지 않나. 최근 감독님이나 작가님들은 배우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밀어주시고, 다른 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좋다. 그리고 이게 제가 지향하는 바다. 뻔하지 않게 연기를 해서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주셨을 때 기분이 너무 좋더라.”

- 마지막으로 배우 이상엽에게 ‘굿캐스팅’이란 어떤 작품인가.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작품인 것 같다. 늘 좋은 사람을 만났지만, 유독 좋은 인연을 만나 좋았던 작품인 것 같다. 오랜 만에 정장을 입혀준 작품이기도 하고, 되게 자유롭게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비유를 하자면... 아침 일찍 놀이공원에 가서 잘 즐기고 나온 느낌이다. 야간표까지 끊어야하는데 엄마가 사줄지 안 사줄지 모르는(‘시즌2’에 대한 내용을 묘사한 부분)? 변비서의 희생이 있긴 했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잘 끝나 더 좋았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어나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고, 자신의 연기를 봐주는 아이와, 본인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인 이상엽. 실력은 14년차이지만, 마인드만큼은 신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며 이상엽은 배우로서의 본인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아끼지 않고 드러냈다. 쉴 틈 없는 열일 행보에 지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계속 연기를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다.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이상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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