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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173)] 남극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2021. 11. 19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아주 추운 날씨에서는 감기에 오히려 걸리지 않는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있다. 감기 바이러스도 너무 추우면 얼어 죽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원본=Gettyimagesban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크리스마스 캐롤, 연말연시, 눈꽃으로 행복한 계절인 겨울에도 아주 불쾌한 불청객 하나가 존재한다. 바로 쌀쌀한 바람을 타고 우리 곁에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감기’다. 영어로 ‘감기에 걸리다’를 영어로 하면 ‘Catch a cold(춥다)’일 정도로 감기는 추울 때 걸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감기는 추울 때 걸린다는 일반 상식과 달리 어르신들은 가끔씩 ‘아주 추운 날씨에서는 감기에 오히려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날씨가 너무 추우면 감기도 ‘얼어 죽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추운 날씨, 그것도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Antarctica)’에서는 정말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 바이러스, 일반적인 추위엔 활성화… ‘극저온’에선 활동성 ‘뚝’

오늘 의문을 해결해 볼 명제인 ‘남극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의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감기란 무엇이며 추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의학계 전문가들은 가장 추운 1월의 평균 온도가 -1.9℃ 수준(출처: 기상청 날씨누리)인 우리나라의 겨울철에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활동이 훨씬 활발해진다고 한다. 대표적인 감기 병원체인 리노바이러스의 경우 체온보다 약간 낮은 온도인 33℃ 정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할 뿐만 아니라 체온이 떨어지면 몸의 면역체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학교 이와사키 아키코 면역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5년 날씨가 추울 경우 감기 바이러스의 번식속도가 증가하며,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와사키 아키코 연구팀은 33℃와 37℃에서 각각 생쥐의 기도세포를 배양한 결과, 33℃ 온도에서 배양된 세포가 37℃에서 배양된 세포보다 리노바이러스에 대한 인터페론 분비가 적은 것을 확인했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세포에서 생산되는 항바이러스성 단백질이다.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는 “온도가 낮을수록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선천적 면역 반응이 낮아 보인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겨울철 확산이 더욱 빠른 것은 감기뿐만 아니라 독감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독감 유행은 평균 기온이 -2℃인 12월과 2월 사이에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론상으론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 활동이 남극처럼 추운 극지방에서는 둔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원본=Gettyimagesbank)

그렇다면 일반적인 지역이 아닌, 극단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인 ‘남극(Antarctica)’이라면 어떨까. 감기 바이러스가 어르신들의 말처럼 정말 얼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의학계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남극처럼 극한으로 추운 곳이라면 감기나 독감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이론상’으론 있다고 한다. 너무 추운 날씨에는 바이러스의 증식 활동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사위크>에서 고려대학교 병원성바이러스은행(KBPV)에 문의한 결과, 리노 및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를 보관하는 온도는 영하 78℃의 저온으로 바이러스의 활동성을 낮춰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영하 60℃에 이르는 남극에서는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과 활동이 억제돼 감기에 걸릴 확률이 줄어드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일 것으로 판단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소속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의 김영일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감기 바이러스 자체는 매우 낮은 온도의 환경에서 활성화를 덜 띌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보관할 때 증식 억제 등의 보안 때문에 저온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한다”며 “때문에 남극에서 감기에 잘 안 걸린다는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극에서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이 둔화될 수는 있으나 감기에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각 개인의 면역력, 보균자 개체수 등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둔화된 바이러스라도 몸에 들어올 시 감기에 걸리게 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AP

◇ 바이러스, 남극서 둔해지지만 얼어 죽진 않아… “남극에서도 감기 걸릴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론상으론 남극에서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이 둔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론 남극이라고 해서 완전히 감기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는 과거 연구결과 논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실이다.

1973년 당시 영국 남극조사국 의료책임자였던 T.R.알렌(T.R. Allen) 박사는 ‘An outbreak of common colds at an Antarctic base after seventeen weeks of complete isolation(1973)’ 논문에서 “발병과 관련해 전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으나 고립된 남극 기지에서 겨울을 나는 12명의 남성 중 6명은 17주간의 완전한 고립 후 감기의 증상과 징후를 순차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기자가 극지연구소(KOPRI) 측에 문의한 결과, 남극에서 근무하고 있는 세종과학기지, 장보고 기지의 연구원들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감기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극지연구소에서 운영 중인 남극 기지는 장보고와 세종 두 곳이 있다”며 “이중 장보고 기지의 경우 여름철 하계 연구대원 왕래가 있다. 그러다보니까 어쨌든 감기 보균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감기가 실제로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대략 18명만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며 “때문에 그 기간 외에는 감기에 걸릴 일은 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극지연구소(KOPRI)에 따르면 남극세종기지와 장보고 기지에서는 적은 수이긴 하지만 감기에 종종 걸리는 연구원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사진=극지연구소 홈페이지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정용석 교수도 <시사위크> 측 질문에 대해 “남극대륙과 같은 극저온 지역은 감염자의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는 비말이나 에어로졸이 단시간 내에 수증기로 응결돼 바닥으로 떨어지므로 비감염자에게 전달될 기회가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실내에서는 이와 같은 물리적 조건에 의한 저감효과가 매우 줄어들게 되므로 ‘극저온 지역’이라는 조건만으로는 ‘바이러스가 얼어 죽는다’라는 논리는 성립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어 “비감염자가 전파되는 특정 바이러스에 대응할 중화항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영양상태나 선천면역 기능의 활성도 낮아진 상태라면 실외에서의 감염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실내에서의 감염확률은 오히려 더 높을 수도 있다”며 “더욱이 온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물을 접촉해 감염될(매개물 감염) 확률도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남극에선 비교적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말한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김영일 연구위원 역시 “남극이라고 해도 만약 감기 바이러스가 적절한 체온의 사람의 상피 호흡기에 부착해 증식을 한다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며 남극에서도 감기에 걸릴 수 있는 사실 자체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반적인 북반구 지역 겨울의 추위는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을 오히려 부추긴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영하 60℃에 육박할 정도로 추운 남극 지역에서는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 활동 등이 저하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일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다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조건(온도 및 습도)에 따른 바이러스의 증식 활동뿐만 아니라 사람의 면역 및 생리적 상태, 보균자 개체수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며, 실제로 남극에서 감기에 걸렸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따라서 ‘남극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명제에 대해선 절반의 사실이라고 판단된다.

※ 최종결론 : 절반의 사실

- 경희대학교 정용석 생물학과 교수 인터뷰
-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김영일 연구위원 인터뷰

- 극지연구소(KOPRI) 관계자 인터뷰
- 고려대학교 병원성바이러스은행(KBPV) 인터뷰

- An outbreak of common colds at an Antarctic base after seventeen weeks of complete isolation (1973)/ T. R. Allen
(https://www.jstor.org/stable/3862013)

- Temperature-dependent innate defense against the common cold virus limits viral replication at warm temperature in mouse airway cells (2015)/ Akiko Iwasaki (https://doi.org/10.1073/pnas.1411030112)

- Rhinovirus infections in an isolated antarctic station. Transmission of the viruses and susceptibility of the population (1989)/ David M. Warshauer (https://doi.org/10.1093/oxfordjournals.aje.a115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