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으로 연료효율 45%↑, 온실가스·대기오염물질 배출 35∼50%↓
대기오염저감 사업 ‘DPF 장착’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보다 효율적
현행법 친환경차·저공해장치 기준 無, 보조금 지급 불가… 정부 지원 필요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 13개 기관이 협업해 경유 소형화물차를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로 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현행법상 저공해차량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할 수 없어 상용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제주도 물류업체 JBL 로지스틱스에 공급돼 시범 운영된 하이브리드 경유-전기 화물차.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업계에서 디젤(경유) 차량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물류업계의 대부분이 디젤 차량으로 운행을 하고 있어 사실상 ‘디젤 완전 퇴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13개 기관의 국내 연구진이 힘을 합쳐 노후 디젤 차량을 ‘디젤 하이브리드(HEV) 차량’으로 개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디젤 HEV 차량은 연료효율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온실가스와 매연, 미세먼지 배출량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차량 1대를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다만, 기술 개발이 완료된 지 1년 6개월 정도가 흘렀음에도 정부 지원제도가 미비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물류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령 개정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 장기태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1년 3월 세계 최초로 ‘HEV 디젤·전기 트럭 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카이아)의 연구개발(R&D) 사업에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카이스트를 비롯한 총 13개의 산(産)-학(學)-연(硏)-관(官)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국내 택배 운송환경에 최적화된 고효율·친환경·저가보급형 디젤 HEV 트럭(적재중량 1톤 미만) 개조기술 개발 및 실증 연구를 지난 2017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진행했다.

이 기술은 디젤 1톤 트럭(포터·봉고 등)의 엔진과 변속기(미션) 사이에 모터를 설치하고 주변 공간에 추가 배터리와 통합제어모듈·전력변환장치·PCU(파워컨트롤유닛) 등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장기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의 파워트레인 개조는 경유 화물차 내 구조변경을 최소화하면서 고효율 저비용 병렬형 HEV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1톤 트럭의 연료효율을 개선하면서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

실제로 제주도 내의 물류수송업체인 JBL로지스틱스에 해당 방식으로 개조한 디젤 HEV 1톤 트럭을 4대 공급해 실증 사업을 진행한 결과 4대의 차량이 총 1만2,845㎞의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기록한 평균 연비는 11.84㎞/ℓ로, 개조 전 6.41㎞/ℓ 대비 84.7%의 연비 개선이 이뤄졌다. 이산화탄소(CO₂)·질소산화물(NOx)·미세먼지(PM) 및 미세매연입자지수(PN)도 각각 46%, 33.9%, 57.6%, 5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0.604㎾h 배터리 사용량 보정 시 연비는 9.4㎞/ℓ로 개조 전 대비 45% 개선된 효율을 보였다.

시험은 도심지 환경에서 운행하는 차량의 경우, 운송환경과 공인연비 시험사이클의 차이로 인해 현실적인 운행 사이클인 ‘대표물류사이클’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2021 KAIST 9월 기술이전 설명회에서 장기태 교수가 디젤 트럭의 하이브리드 개조 기술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모습. / 카이스트 기술가치창출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해당 기술은 국토교통부의 우수물류신기술 등으로 지정받은 국내 최초 기술이면서 핵심기술 중 하나인 공회전 제한장치(ISG)는 환경부 적합성 판정을 통과했다.

디젤 HEV 개조 사업은 앞서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진 노후 경유차의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장착’ 및 ‘조기 폐차’ 지원보다 효율적으로 보인다.

DPF가 탑재되지 않은 디젤차에 DPF를 장착하면 엔진 출력 저하 및 연비 감소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또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는 지방자치단체 예산 문제 등으로 조기 중단 사례가 존재하며, 유로4부터 유로6 차량에 대해서는 사업 지원이 불가한 문제점이 상존한다.

이에 반해 디젤 HEV 개조는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사업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발생하고, 더 많은 차량을 대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DPF 장착 시 발생하는 연비 저하의 부작용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디젤 트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개조비용 전액(약 5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현행 유관 법령(대기환경보존법 및 대기관리권역법)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개조된 디젤 HEV 차량에 대해서는 친환경자동차 또는 저공해장치로 분류하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보조금 지급 규정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상 효과는 입증됐지만 관련법의 개정 없이는 정부 지원이 불가하다는 얘기다. 연구개발은 국토부 과제로 수행됐지만 친환경차 사업에서 보조금 지급주체는 환경부에 있기 때문이다.

장기태 카이스트 교수는 “디젤 HEV 개조 차량을 올해 생산 및 사업화를 하려고 보니 처음 만든 기술이라서 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더라”며 “국가에서는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으니 지원을 못해주는 상황이고, 정부 지원이 불가하니 소비자들이 비용에 대한 부분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성 확보를 꼬집으며 조금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어떻게든 확보하려 하는 점인데, 쉽지가 않다”면서 “어디선가 물꼬를 터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안 되고 있는 실정으로,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보조금 지급규정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디젤 HEV로 개조한 트럭은 저속에서는 가속하는 구간에 모터를 쓰고 정차에서 공회전을 최소화해 효과를 높이는 방식인데, 이를 기반으로 분석하면 고속주행보다는 트래픽이 높은 도심에서 더 효과가 높아 서울 등 도심지에서 더 높은 연비 개선 및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적재량 1톤 미만 화물차는 약 3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부 지원이 뒤따라준다면 대기공해를 줄임과 동시에 물류업체 및 소상공인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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