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금호산업 지분매각 문제 있다. 박삼구 회장 등기이사 선임도 반대"
금호산업 지분 매각건, 법정비화 우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후계승계 '휘청'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금호가(家) 형제의 난(亂)이 재연될 조짐이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 등기이사 선임을 놓고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반대 의견을 보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아시아나가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금호석화 측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점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금호석화가 법정공방까지 예고한 상태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선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금호가의 후계자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27일 전까지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4.9%를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도 4월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 방식은 손익정산(TRS)이다. TRS는 손익을 추후 정산해주는 파생상품 거래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넘겨주고 매각대금을 받되 일정 기간 매수자에게 확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분매각 상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의 이같은 행보는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지분 12.8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상법상 모회사와 자회사가 10% 이상 지분을 상호 보유하게 되면 양사 의결권을 모두 상실하게 된다.

만약 의결권을 상실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12.61%·이하 금호석화)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렇게 되면 이번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의사를 제기할 수 있다.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는 물 건너 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박삼구 회장 측이 주총에서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금호산업의 주식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 것이다.

◇ 금호석화 “주식매각, 비정상적 거래”

하지만 금호석화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실제 금호석화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매각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대응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금호석화 측은 24일 아시아나항공 측에 A4용지 2장 분량의 공문을 보내 금호산업의 의결권 행사 금지와 금호산업 주식매각 자료 열람을 요청했다.

금호석화는 공문을 통해 “TRS 방식으로 금호산업 주식을 처분할 경우 외관상 매매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주식에 따른 손익은 아시아나에 귀속된다”며 “TRS거래는 진성매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790억원에 출자전환한 주식을 534억원에 처분할 계획”이라며 “이 경우 회사의 손해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경영진의 책임이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배임 혐의를 주장한 것이다.

실제 금호산업 주가가 지난해 9월 2만4,000원 수준에서 1만3,000원 수준까지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떠한 방식으로 매각하더라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경영진의 ‘배임’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 역시 “매각 방식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출자전환한 금액과 이번에 매각한 가격을 비교해봤을 때 차액이 크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석화 측은 또 “아시아나항공 정관에 따라 의결권행사 주주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확정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주주총회(27일) 기준으로도 금호산업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만큼 금호산업의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호석화는 오는 25일 정오까지 금호산업 주식매각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후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금호석화는 해당 내용증명을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명의로 발송한 상태다.

▲ 사진=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 법정다툼 비화 우려… 후계구도 직격탄 맞나

재계 전문가들은 박삼구 회장이 주총을 무사히 통과한다 하더라도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점에서 입지가 불안하다고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주총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재계에서는 이 같은 변수가 미칠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고위인사들은 이번 사건(?)이 자칫 법적다툼으로 비화되는 등 파문이 확산될 경우 금호가의 후계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금호 3세 가운데 후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유력하다. 금호가의 후계자로 박세창 부사장을 의심하는 시선은 드물다. 박삼구 회장은 박세창 부사장으로의 경영승계를 위해 무려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왔고, 그만큼 금호 안팎에서는 박세창 부사장이 대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안심하긴 아직 이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경영권을 이어받을 준비가 된 이들이 박 부사장 말고도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수업 중인 금호가 3세는 박세창 부사장을 비롯해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와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외아들인 박준경 상무 등이 있다.

박철완 상무와 박준경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을 각각 10%, 7.17%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화 1, 2대 주주다. 금호석화가 예정대로 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면 이같은 지분은 박세창 부사장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엔 사정이 좀 다르다. 박세창 부사장은 금호석화 지분이 없다. 금호산업(6.96%)과 금호타이어(3.22%)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호 간판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30.08%)과 금호석유화학(12.61%) 지분이 물려 있다. 지분으로만 따지면 박세창 부사장이 불리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이른바 금호가(家) ‘형제의 난’이 터진 것도 조카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사장에게 밀릴 것을 걱정한 삼촌(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던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형제의 난이 거세질수록 3세들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게다가 냉정하게 ‘서열’로만 따진다면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고 박성용 전 회장의 외아들이자 금호가 장손인 재영 씨가 사실상 다음 후계자다. 재영 씨는 현재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지만, 박세창 부사장으로선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경영복귀를 서두른 것이 그룹의 3대 핵심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을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올려 박세창 부사장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산업에 대한 지분매각이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박삼구 회장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법적 판단에 따라 주총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박삼구-박세창 부자가 후계승계를 위해 노력했던 게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 자칫하면 박세창 부사장이 날개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꺾일 수 있다는 섣부른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

▲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 금호 “금호석화, 의도적 흠집내기”

한편 이번 금호산업 지분매각 및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 논란에 대해 금호그룹 측은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선임은 채권단 요청에 따른 책임경영 이행 차원”이라면서 “박삼구 회장은 2013년 11월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고, 금호타이어의 대표이사로도 되어 있다. 따라서, 모회사인 금호산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채권단에서도 요청한 사안”이라면서 “박 회장의 경영 노하우를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호그룹은 특히 “금호석화의 언론을 통한 문제 제기는 의도적인 그룹 흠집내기”라면서 “금호석화가 언론을 통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사항이다. 주주총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언론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의도적인 흠집내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호석화는 지난 2013년 3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전에도 당시 사내이사 후보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반대했다가, 정작 주주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호 형제간 날선 공방이 과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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