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22일, LIG손해보험 노조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롯데그룹의 LIG손보 인수 포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롯데그룹이 노조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LIG그룹은 LIG손보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6,4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최근 불거진 내홍으로 인수전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를 말끔히 씻어냈다. 잇따른 사건사고와 구설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임영록 KB금융 회장 역시 오랜만에 웃을 수 있게 됐다.

◇ 마음을 얻지 못한 롯데, 고배를 마시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KB금융이 미소를 짓고 있다면, 롯데그룹은 속이 쓰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KB금융과 더불어 이번 LIG손보 인수전의 유력 인수 후보였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LIG손보 인수를 강하게 원했으며, “인수에 올인하라”는 명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LIG손보 인수를 통해 롯데손보를 업계 2위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KB금융보다 많은 6,5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롯데는 끝내 노조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인수 가격은 얼마든지 높게 써낼 수 있었지만, 노조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가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를 보이자마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 이유도 롯데 입장에선 뼈아픈 것이었다. 롯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LIG손보 노조는 우선 롯데손보를 예로 들며 롯데의 보험업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롯데가 지난 2008년 대한화재를 인수한 뒤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적자구조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롯데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잇따른 사건·사고 역시 질타의 대상이었다. LIG손보 노조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인 롯데는 안전, 고객보호, 경영능력, 정도경영, 윤리경영, 직원처우, 노사관계 등 어느 한 가지도 LIG손보를 인수할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강도 높은 말을 쏟아냈다.

결국 노조의 강한 반발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이 내홍에 빠져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 입장에선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편, LIG손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에 우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LIG손보 노조는 1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KB금융은 스스로 LIG손보 발전의 최적임자임을 입증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해 회사를 인수할 준비가 돼있는지 검증해 그 결과에 따라 우리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