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친인척 비리 근절을 강조한 것과 달리 사촌들의 구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 근절을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특별감찰관 제도가 5개월째 개점휴업 중이다. 지난 6월19일 특별감찰관법이 발효됐으나 초대 감찰관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 추천권을 가진 국회에서 한 차례 3명의 후보를 청와대에 추천했으나 이후 진행 과정은 감감무소식이다. 과연 박 대통령은 ‘깨끗한 정부’로 성공할 수 있을까.

◇ 박용철·박용수 사촌 간 칼부림 사망 사건 재주목

박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사촌들의 구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사촌언니의 아들 김모 씨다. 그는 박 대통령과 친인척임을 내세워 억대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도주해오다 지난해 9월 구속됐다.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기 하남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부동산 인수 및 투자 유치 등을 명목으로 기업체로부터 4억6000여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김 씨는 피해자 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회사 명의로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녔다. 같은 수법의 사기와 횡령 혐의를 받은 김 씨는 경찰과 검찰로부터 무려 10여건의 수배를 받았다. 박 대통령의 취임 7개월 만의 일이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박용수 씨의 살인사건이 다시금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와 그의 공범으로 몰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17일 항소심에서 검찰로부터 실형을 구형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두 사람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터다. 양측의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여론의 관심은 사망한 두 남자에게로 향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7개월 만에 사촌언니의 아들 김모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이종사촌인 정원석 씨가 참여하고 있는 벤처투자회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모태펀드로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육해화 씨와 그의 남편 이석훈 전 일신산업 대표가 세금 미납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숨진 용철 씨와 용수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형 박무희 씨의 두 아들 박재석 전 국제전기기업 회장과 박재호 전 동양육운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 2011년 9월7일 북한산 등산로에서 용철 씨가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고, 3km 떨어진 지점에서 박용수 씨의 시신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두 사람이 금전문제로 다투다 용수 씨가 용철 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건은 피의자로 지목된 용수 씨의 자살로 내사 종결됐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두 사람에 대해 잘 모른다고 밝혔다. 평소 왕래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주 기자는 해당 사건에 박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회장의 연루설을 보도했다. 박 회장은 주 기자와 함께 이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를 통해 확산시킨 혐의로 김 총수를 고소했다.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16일에 열린다.

앞서 박 대통령의 사촌오빠 박준홍 씨는 공천장사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는 2010년 10월 박 대통령과 사촌관계라는 점을 내세워 ‘친박연합’이라는 정당을 급조한 뒤  ‘비례대표 1순위 공천’을 약속하며 주모 시의원과 신모 구의원 측으로부터 각각 3000만원, 5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준홍 씨는 2012년 3월30일 석방됐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각별하게 생각했던 셋째 형 박상희 씨의 장남이다.

◇ 한국민속촌 이은 정영삼 일가의 수상한 모태펀드

이종사촌 또한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대표적 인물이 정원석 씨다. 그는 육영수 여사의 큰언니 육인순 씨의 셋째 딸 홍지자 씨가 정영삼 한국민속촌 회장과 결혼해 낳은 장남이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원석 씨가 이사로 있는 벤처투자회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올해 들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4개의 모태펀드에 투자조합운용회사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모태펀드란 중소기업 혹은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출원해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조성하는 펀드를 뜻한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애그로시드펀드’를 시작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의 ‘디지털콘텐츠 코리아펀드’,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펀드’, 금융위원회 ‘성장사다리펀드’ 등 단번에 4개의 운용사로 선정됐다. 이로써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운용하게 될 모태펀드 규모만 무려 87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최대주주인 금보개발이 원석 씨 소유로 밝힌 뒤 “올 3월 금보개발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지난 5월과 6월 두달 동안 연속해서 4개의 정부 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면서 “신청 자격조차 없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지난해 펀드결성 실패에 따른 제재를 받지 않은 반면 공동운용사였던 대성창업투자는 제재를 받았다”는 것. 게다가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정부 펀드 운용에 있어서 3개를 초과하는 펀드에 관여할 수 없다는 계약조건까지 위반했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한국벤처투자조합과 해당 부처 등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육 여사의 오빠이자 박 대통령의 외숙부 육인수 씨의 장녀 육해화 씨와 차남 육동건 씨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화 씨는 남편 이석훈 전 일신산업 대표와 함께 세금 미납을 이유로 법무부로터 출국 금지 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화 씨와 이 전 대표의 미납 세금은 각각 8억5500여만원, 16억7400여만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2008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 4월 출국금지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자 두 사람은 출국금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결과는 원고 승소다. 재판부는 지난달 1일 “이 씨가 체납한 국세 중 양도소득세는 강제경매로 인해 부과됐고, 육 씨의 국세는 일신산업 주주로서 부담하게 한 세금인데 다른 재판에서 육 씨가 주주가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면서 체납 경위를 참작해 두 사람의 손을 들어줬다.

동건 씨의 경우 수원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건축공학과 교수 지원 자격인 한국 건축사 전공도 아닌데다 석사 학위만 가진 채로 채용됐다는 후문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말까지 10여년 동안 수원대에 재직한 동건 씨는 지난 2009년 강의 평가와 관련된 문제로 자진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수원대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녀 김모 씨가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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