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주최한 신년 좌담회에 문재인 의원이 방문했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문제로 인해 불편한 감정이 남아있는 두 사람이 이날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의 만남은 안 의원에서부터 시작됐다. 앞서 안 의원은 문 의원 토론회 장소를 찾았으나, 문 의원이 도착하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이후 안 의원 방문 소식을 접한 문 의원이 안 의원의 좌담회를 방문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 안 의원, 차기 대권 위해 문 의원과 일시적 동맹
두 의원의 화해 무드 소식을 접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권 단일화로 앙금이 남아있을 두 사람의 만남을 ‘우연한 조우’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두 의원은 야권 잠룡으로 꼽히며 차기 대권주자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두 의원이 자신의 입지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다는 풀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이유는 두 사람의 행보를 통해 알 수 있다.
안 의원의 경우, 지난해 ‘7.30재보선’ 패배의 책임으로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그가 침묵을 유지하는 사이, 그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도 동시에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때마침 같은 야권 후보인 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여야 잠룡을 통틀어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안 의원의 심정은 썩 좋지 못했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노계의 수장’ 문 의원과 달리, 박 시장은 ‘비노 진영’의 인사로 분류되는 야권 후보다. 이는 박 시장과 같은 비노계 인사로 분류되는 안 의원에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안 의원이 ‘안철수는 왜?’ 출간과 ‘당명 변경’ 등으로 문 의원과의 잦은 대립설을 낳았으나, 문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더불어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은 문 의원에게 대권 후보를 양보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안 의원은 자신의 옛 동지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좌담회를 진행했으며, 자신의 측근들과 다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키며 대권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문 의원의 경우, 당권 레이스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새정치연합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박지원 의원이 1위를, 문 의원이 2위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당초 이번 전당대회가 문 의원의 독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문재인 대세론’이 한 풀 꺾였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문 의원은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를 지지하던 친노계와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으며, 차기 대권 지지율에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 의원은 안 의원과, 안 의원 지지층의 지원사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 문 의원은 안 의원과 화해 제스처를 취한 지난 13일 “안 의원과 함께 반드시 새정치연합을 이기는 당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안 의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풀이로 볼 수 있다.
한편 두 의원이 화해 제스처를 취한 지난 13일 안 의원은 장하성 교수와 함께 ‘40년 장기불황, 안철수의 한국경제 해법 찾기’ 좌담회를, 문의원은 ‘국가재정혁신 토론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