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실적 지상주의’에 따른 상여 지급으로 등기이사까지 쥐락펴락한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지난해 145억여원의 연봉으로 전문경영인 가운데 ‘연봉 킹’에 올랐던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 사장이 올 1분기 보수에서는 같은 회사의 권오현 부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의 ‘실적 지상주의’에 따른 결과다. 등기이사인 신종균 사장조차 삼성의 실적이라는 ‘올가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 권오현 부회장 1분기 ‘연봉 킹’ 올라

지난 15일 공시한 삼성전자의 1분기 보고서를 보면, 등기이사 4명 가운데 권오현 부회장의 올 1분기 보수는 24억1,300만원으로 전문경영인 가운데는 가장 많았다. 신종균 사장의 같은 기간 보수는 12억300만원이었다. 둘의 차이는 두 배가 넘었다. 지난해 145억7,200만원을 받아 얻은 별명 ‘연봉 킹’이 어색해진 신 사장이다.

신종균 사장의 보수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과 동일했다. 지난해 신 사장이 윤 사장보다 3배 많은 연봉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권 부회장도 지난해 신 사장보다 51억8,400만원 적은 연봉을 받은 사실에서 고개가 더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1분기 보수는 신종균 사장이 96억6,400만원으로 권오현 부회장의 14억2,600만원보다 7배가량 많았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보수 지급 기준은 무엇일까. 이들의 보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보수는 급여와 상여, 기타 근로소득으로 구성된다.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사장의 급여는 각각 5억2,100만원 4억3,2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같았다. 이 부분에서 둘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올해 기타 근로소득도 각각 600만, 300만원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상여금 부분을 보면 명확한 차이가 난다. 올해 1분기 상여금은 설상여와 장기성과인센티브로 구성됐다. 권오현 부회장의 상여는 18억8,600만원, 신종균 사장은 7억6,800만원이었다. 설상여는 월 급여의 100%로 동일하다. 장기성과인센티브는 실적 기준 등으로 임원처우규정(이사회 결의)에 따른다. 이 장기 인센티브가 등기이사별 들쭉날쭉한 보수·연봉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 IM부문의 실적이 좋으면 신종균 사장이, DS부문 실적이 좋으면 권오현 부회장의 보수가 많아진다.
◇ 희비 엇갈린 신종균 vs. 권오현

실적을 보면 이는 보다 명확해진다.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부품(DS) 부문을 맡고 있다. DS부문 가운데 반도체는 올 1분기 매출 10조2,700억원에 영업이익 2조9,300억원을 달성했다. 전사 영업이익 5조9,794억원의 49%를 차지했다. 모바일기기·PC 주기억장치로 쓰이는 D램과 데이터 저장장치 플래시메모리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반도체 부문의 ‘열매’는 고스란히 권 부회장의 보수로 연결됐다.

같은 기간 IM부문의 매출은 25조8,900억원 영업이익 2조7,400억원을 달성했다. 그리 나쁜 실적은 아니지만, 시장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DS부문의 성장에 비하면 ‘평년작’인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총 영업이익 가운데 IM부문은 14조5,628억원으로 58.2%를 차지했다. 이때 DS부문은 9조4,309억원으로 37.7%를 차지했다. IM부문의 실적이 날개를 단 이때 신종균 사장은 ‘연봉 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년 두 부문의 수장들이 받은 상여와 기타 근로소득은 엎치락뒤치락이었다.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사장이 받은 상여는 각각 65억5,000만원 37억3,200만원이었다. 기타 근로소득은 각각 7억5,500만원 91억1,300만원이었다. 2014년 사업보고서에는 기타 근로소득에 이사회 결의의 특별상여가 포함돼 있었다. 특별상여는 곧 실적에 따른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기준에다 형식적 절차인 이사회 결의를 곁들여 등기이사의 상여까지 쥐락펴락하며, 실적은 곧 ‘돈’이라는 명확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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