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총선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서 승리하면서 일약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그의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다시 ‘김부겸’이다. 20대 총선에서 원내 제1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김부겸 당선자의 ‘역할론’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당선됐다. 야권 후보의 당선은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1년 만이다.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떠오른 김부겸 당선자는 4선으로 선수까지 쌓이면서, 차기 원내대표와 당대표로 동시에 거론됐다. 나아가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부겸 당선자는 한발 물러섰다.

◇ “계파색 옅지만 무게감 있다”… 당내 선출직 첫손

김부겸 당선자는 원내대표직에 관심이 없었다. 당 안팎에선 필요하다면 ‘추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지역에서 먼저 열심히 하겠다”고 일축했다. 이미 18대 국회에서 3번에 걸쳐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했으나 그때마다 선택을 받지 못했던 만큼 본인은 “제게 맞는 역할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 반면 당권 도전에는 신중했다. “아직은 아니”라면서도 구체적 입장 표명에 대해선 답변을 미뤘다.

대권 도전 가능성에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지역구인 대구 시민들의 ‘동의’다. 김부겸 당선자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대구에서 겨우 이제 첫걸음마를 뗐다”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은 만큼 “실제로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적 없이 정치적인 야심 때문에 뛰어다니는 것은 대구 시민들의 실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부겸 당선자는 “대구 시민들이 저를 잘 뽑았다는 만족감을 가질 때에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당 안팎에선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김부겸 추대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부겸 당선자는 “지역에서 먼저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서 다시 원점이다. 대권가도를 생각할 때, 당대표 보다는 원내대표 자리가 부담이 적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얽매이지 않아서다. 김부겸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자천타천으로 원내대표 후보군만 10여명에 이르지만, 이들 중 김부겸 당선자가 여전히 첫손에 꼽히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계파색이 옅다. 때문에 친노·비노의 고질적인 계파 싸움에서 자유로운 만큼 당 쇄신에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원외인사로 지내던 2014년 7·30재보선에서 참패했을 때, 이듬해 계파 갈등으로 분당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등판론’이 제기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 무게감이 있다. 여권 텃밭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꺾고 4선 고지를 밟은 만큼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맞상대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두 사람은 선수가 같다.

다만 당내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가 줄을 잇고 있어 결단이 쉽지 않다. 측근도 “후보자들 사이를 비집고 (원내대표를) 하겠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김부겸 당선자가 대권으로 직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본인은 대선 출마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앞으로 목소리를 키울 계획인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부겸 당선자는 “그간 당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해 왔는데, 앞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노선이 당의 보편적 노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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